<봉사로기쁨찾자>한국仁術 병든 르완다 고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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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자이르 루가리=金起平특파원]난민촌 진료소 밖이 갑자기 떠들썩했다. 이질로 사흘간 고생하던 한 르완다 난민이 실려온 것이다.진료소 텐트안에눕혀진 40대남자의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었다. 의료진이 맥을 짚고 응급처치에 나섰으나 그는 5분만에 숨을 거두었다.
한 생명을 잃은 안타까움에 진료소안은 일순 정적이 흘렀다.
『하루만 일찍 왔으면 살 수 있었습니다.불과 8백원의 링거 주사만으로도 생명을 살릴 수 있었는데….』 자원봉사자인 한양대의사 윤병철 (尹炳喆.35)씨는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中央日報가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와 한국이웃사랑회(한양대와 합동팀)등 단체와 함께 펼치는 아프리카 르완다 난민돕기 자원의료봉사단이 르완다 국경과 인접한 자이르의 루가리 난민 캠프에 텐트진료소를 차린 것은 지난12일.
이 캠프에는 3만여명의 난민이 게딱지 같이 다닥다닥 붙은 야자수잎 움막속에서 기아와 질병으로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있다. 내전으로 인구의 절반이 넘는 3백여만명이 난민이 돼 이웃나라를 떠도는 르완다.50여곳에 이르는 난민촌 가운데 하나인이곳의 난민들에게는 생존이바로 삶의 목표다.
한양대의료팀과 기아대책기구 의료진은 매일 4백여명의 환자를 돌보는 강행군을 하고있다.
의사6명,간호사9명,보급요원1명등 16명의 한국의료진이 외국의료진들과는 달리 난민촌 안으로 들어가 울타리 없이 그들과 고통을 같이하면서 진료하는 정성이 난민들 입에서 입으로 알려져 환자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방역활동으로,창궐했던 콜레라가 주춤하고 도로변에 즐비하게 버려지던 시체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난민촌 주변은최악의 환경이다.
퀴퀴하고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르고 오염된 물 때문에 이질환자가 계속 발생한다.탈수 끝에 생명을 잃는가 하면 2차세균감염된 옴환자로 가족.이웃들이 전염돼 집단 악성 피부병으로 신음하기도한다.
이 난민촌에 온지 1주일만에 남편을 잃은 바루시마나씨(35)는 『3개월난 딸이 이질에 걸려 다 죽게 됐다가 이곳에서 이틀째 치료를 받고 생명을 건졌다』며 『꼬레(한국)최고』라고 감사했다. 『한국에서 보다 10배,1백배 우리를 필요로 하는 이곳난민들을 돌보면서 한국 의사로서의 뿌듯한 자긍심을 느낍니다.작은 성금으로도 이들의 생명을 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국내에 더널리 알렸으면 합니다.』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의료진 단장 인 김민철(金敏喆.40.전주 예수병원)의사의 소감이다.
르완다 난민에 대한 의료.구호활동을 위해 자이르에는 10여개국제 민간단체에서 몇명내지 1백여명씩의 요원이 활동하고 있으나손길이 미치지 못하는부분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루가리난민촌에는유엔이 운영하는 진료소 한군데외에는 한국의료 봉사대가 유일하다.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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