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맥지방세정>上.눈가림 감사가 부패 부채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인천시북구청세무공무원들의 거액 횡령사건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정부가 강력한 사정의지를 보였음에도 지방행정에서는 여전히 부조리가 상존하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인천시는 그동안 2년마다 한번씩 북구청에 대해 종합감사를 실시해 왔으나 이번에 경찰수사로 드러난 세무비리는 전혀 파악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내무부와 감사원도 서로 격년제로 인천시를 상대로 종합감사를 실시 했으나 역시 세무비리를 단 한건도 적발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인천시의 세무분야 감사인력이 단 1명에 불과해 지난해에만 1백10만 여건의 세무업무를 처리한 북구청에 대한 감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해 비리를 파헤친다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있다. 그러나 구속된 楊寅淑씨의 경우 임시직인 세무보조원으로 8년동안 근무하다 지난해 정식공무원(9급)으로 특채가 된 하위직 공무원인데다 자가용을 2대씩 굴리는등 호화생활을 해왔는 데도 이같은 낌새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감사의지의 결여로 해석될수밖에 없다.
게다가 세무공무원들이▲과표를 낮춰 주거나▲업무용부동산을 비업무용으로 눈감아 주는등의 수법으로 뇌물을 챙긴다는 것은 공무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다 알려진「공공연한 비밀」인 것이다.
감사기관은 통상적인 세무관련 감사때 체납액이 왜 많은지,과표조정은 제대로 됐는지에 대해 중점조사를 하는데 세무공무원이 납세자로부터 직접 돈을 받아 위조한 허위영수증을 납세자에게 주고서류엔 납부한 것처럼 속인뒤 세금을 착복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같은 수법의 세무비리가 횡행한다는 소문이 상당히 알려져 있음에도 인천시를 비롯한 감사기관에서는 북구청에 대한 특별감사등을 한번도 실시한 적이 없어 구조적비리를 장기화시키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한마디로 감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져 이번과 같은 엄청난 비리가한번도 노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리공무원 양산을 부채질해왔다는게 공무원 내부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세무관련 공무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비리를저지를 수 있어 비단 이번에 적발된 북구청외에도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같은 유형의 비리가 저질러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세무직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부서기 때문에 한자리에 장기간 근무하는 관행이 존재,상.하급자가 서로 마음만 맞으면 비리를 언제든지 저지를 수 있는 인사운영상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구속된 前평가계장 安榮輝씨의 경우 지난해 6월말 명예퇴직할때까지 18년 동안이나 북구청에서 근무해 북구청을 오가는 세무직공무원들이 자연스럽게 安씨를 중심으로 쉽게 범행을 모의하게 됐으며 지금까지 밝혀진 것외에도 수많은 비리가 더 저질러 졌을것이라는게 수사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 세무공무원들의 인원이 제한돼 얼마간만 근무하게 돼도 자신이 속한 구청외에도 다른 구청까지 속속들이 알게되는데다 상급자들이 하위직의 보직을 관리해주는 바람에 상.하가 밀착된 구조적비리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맹점까지 지니고 있 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들 돌아가며 부조리를 저지르고 무사히만 넘어가면 그뿐 이라는 식의 지방행정 난맥상이 더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金正培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