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돌출에 흔들리는 충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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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회창(충남 예산 출신)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설로 충청권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31일 MBC-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충청권(대전, 충남북) 지지율은 31.6%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34.4%)를 바짝 뒤쫓았다.

이 지역에선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 전 총재 출마에 대해 찬성(47.8%)이 반대(43.6%)보다 더 많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문화일보-디오피니언 조사에서도 충청권에서 이 전 총재는 30.4%로 이 후보(33.7%)와 근소한 차이였다. 표본 수가 100명 안팎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흐름만 놓고 볼 때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충청권에서 이 후보의 독주체제가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충청권은 역대 대선에서 승부의 향배를 판가름했던 전략적 요충지다.

이 때문에 대선을 44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충청권의 기류 변화는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대전의 한 정치권 인사는 4일 "충청권에선 범여권 주자들도 인기가 없지만 과거 행정수도를 반대한 이명박 후보에 대한 호감도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반노무현, 비(非)이명박의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가 충청권에서 이 후보를 이겼고, 이회창 전 총재가 부각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 전 총재는 유력 주자 가운데 '충청권 출신 유일 후보'라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그는 2002년 대선 때 예산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심대평(충남 공주 출신) 국민중심당 후보가 손을 내민 것도 이 전 총재에게 시의적절한 호재다. 심 후보는 4월 재.보선 때 대전에서 이명박.박근혜의 협공을 물리치고 당선된 충청 지역의 강자다.

'이회창+심대평'조가 성립된다면 충청권에 상당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현지 인사들의 전망이다.

반면 이 후보 입장에서 이 같은 시나리오를 차단하려면 박 전 대표 측을 움직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한나라당에서 충청권 정치의 대주주는 여전히 친박근혜 진영이다.

경선에서 드러나듯이 충청권에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아직도 상당하다. 김용환 당 고문과 강창희 전 최고위원, 김학원 최고위원 등이 대표적 친박 인사다. 다만 최근 이 후보 측과 박 전 대표 측이 냉랭한 관계여서 박 전 대표 측이 친이회창 기류를 차단하는 데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 줄지는 미지수다.

이 전 총재의 부상은 범여권 단일화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인제(충남 논산 출신) 민주당 후보 측은 "충청권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자기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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