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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부터 직항로 통해 백두산 관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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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북한을 방문한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31일 최승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맨 왼쪽)과 함께 삼지연 베개봉 다리에서 눈 내린 백두산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현 회장은 귀국 회견에서 “눈이 와서 백두산 천지를 오르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이번 방북에서 성과가 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오른쪽 끝은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현대그룹 제공]

내년 5월부터 서울∼삼지연공항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다음달 초부터는 버스를 이용한 개성관광도 실시할 예정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날 오전 평양에서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최승철 부위원장과 백두산·개성지구 관광사업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또 하루 전인 2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해 발표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이행하는 첫 열매를 맺게 된 셈이다. 북측은 그간 정상선언의 합의 사항 이행 의지를 과시했었다. 현 회장은 지난달 30일 4박5일 일정으로 방북해 백두산까지 둘러본 뒤 이번 합의를 했다.

◇백두산 관광 어떻게 하나=현대그룹과 북측의 합의문에 따르면 “쌍방은 내년 5월부터 직항로를 이용해 백두산 명소들에 대한 관광을 하기로 했다”고 돼 있다. 따라서 삼지연공항을 이용한 백두산 주변 관광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지연과 베개봉, 소백수 초대소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에서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아산 측은 삼지연공항의 활주로 상태가 불량하지만 6개월 이상의 보수 기간이 남아 있어 내년 5월 본관광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백두산과 개성지역에 대한 답사 및 시범 관광이 이미 이뤄진 상태라 사업 추진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숙박 시설과 도로 등도 북측 현지 주민 관광을 위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라 보수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삼지연공항의 경우 B737의 이착륙이 가능하고 숙박 시설 등을 고려할 때 한번에 200명 정도 관광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계절적인 문제로 5개월 정도만 관광이 가능하지만 스키장 등을 이용한 겨울 관광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아산은 중국 쪽이 아닌 북측을 통해 백두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개성과 금강산 비로봉 관광도 가능=이미 부분적으로 관광을 실시했던 터라 다음달 초에 시작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게 현대아산 측의 설명이다. 이 지역 관광은 2003년 개성공단 착공식과 동시에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요금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어왔다. 하지만 도로 등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어 여행사를 통한 관광객 모집만 하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만월대와 선죽교, 고려왕릉, 박연폭포 등 유적지를 다양한 코스로 나눠 한나절 관광이 가능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현대아산은 금강산 내금강 관광의 핵심인 비로봉까지 포함하는 데 합의했다. 관광 대가에 대해서는 현대그룹은 금강산에 준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강산의 경우 1인당 2박3일에 80달러를 북측에 지급하고 있다. 개성관광은 조계종이 영통사를 방문하면서 50달러를 낸 적이 있어 이 수준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백두산 관광 또한 이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걸림돌은 없나=남북 관계 특성상 과거와 같이 양측 합의가 갑자기 무산될 수도 있지만, 이번 합의는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현대아산 측의 설명이다. 특히 현 회장은 이번 평양 방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현대에 대한 각별한 추억을 회고하면서 직접 격려까지 했을 정도다. 현 회장을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을 잇는 대북사업의 적통으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백두산 직항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상재 기자
409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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