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한국파리의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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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英國작가 윌리엄 골딩의 대표소설『파리 大王』의 제목은 매우 암시적이다.
原子전쟁을 피해 태평양의 무인도에 상륙한 소년들중 한 주인공이 돼지를 죽여 그 머리를 장대끝에 매달자 파리떼가 새까맣게 달라붙었는데 작가는 파리떼가 달라붙은 돼지머리를「파리 大王」이라 일컬으면서 그것을 인간의 마음 속에 내재하는 야수성과 惡의상징으로 간주한 것이다.소설 속에서까지 파리를 惡의 매개체로 설정한 작가의 의도가 재미있다.
영하 50도이하의 北極지역에서 영상 60도이상의 사막지역에 이르기까지 지구 전역에 분포하는 모든 곤충을 인간과의 관계라는측면에서 구분하면 益蟲과 害蟲으로 크게 나누어진다.우리나라의 경우 꿀을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꿀벌이 나 韓方에서 신장염 또는 간경화증의 치료에 이용하는 굼벵이 또는 織物을 제공하는 누에고치 따위를 익충이라 한다면,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곤충이나 각종 질병을 인간에게 옮기는 곤충들은 해충으로 분류된다. 그 가운데서도 파리는 모기.빈대.바퀴류와 함께 대표적 衛生해충이다.집파리는 장티푸스.콜레라및 細菌性痢疾을 전파시키고,집밖에서 활동하는 여러 종류의 파리들은 가축에 전염병을 옮기는가 하면 농작물에도 피해를 줘 옛날부터 인간들에게 큰 골칫거리였다.지금은 파리를 쉽게 박멸할 수 있는 좋은 약이 많이 개발돼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됐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파리잡는 일은부녀자와 어린이들의 중요한 과제였다.『파리만 날린다』거나『파리목숨이다』따위의 속담도 우리네 실생활 에 있어 파리의 존재의미를 가늠케 한다.
그처럼 전형적 해충인 우리네 파리가 이역만리 미국 동부지역 산림에 큰 피해를 주고있는 매미나방을 막는데 활용되고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파리가 알을 낳으면 매미나방의 幼蟲이 그 알을 먹어치우고,파리알은 유충의 몸안에서 부화되어 유충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여기서 간과할수 없는 것은 미국 농무부가 이미 10여년전부터 한국임업연구원내에 연구소를 설치해 연구활동을 벌인 끝에 마침내 두 곤충이 천적(天敵)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점이다.해충을 익충으로 바꾸는 저네들의 집념과 지혜가 부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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