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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따르는 게 선진국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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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24일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을 거듭 반대하면서 미국과의 관계에서 '당당한 외교'를 주장했다.

정 후보는 이날 신당 의원총회에서 "자이툰 부대가 (예정대로 올해 안에) 철군하는 것이 한.미 공조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철군하는 게 당당한 한국 외교의 힘을 보여 주는 것이고, 호혜적 한.미 공조를 위해 힘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과 미국 쳐다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주도적 역량을 배가하는 게 핵심적 방책"이라고 말했다.

신당 의총은 정 후보의 주도적 역할에 힘입어 파병 연장 동의안 반대를 당론으로 최종 확정했다. 의총엔 소속 의원 141명의 과반수에 미달하는 60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미 71명의 의원이 파병 연장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며 박수로 끝내 버렸다.

정 후보는 "우리는 이명박 후보와 지향점이 다르며, 그것을 분명히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해 파병 연장을 놓고 이 후보와 대립구도를 만들 뜻을 분명히 했다. 보수 대 진보의 이념 전선을 대선 정국의 중심으로 끌어 들이면서 전통적 지지층의 결속을 가속화하려는 기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후보에 대해 "국익론 등 다양한 논리를 동원하지만 이는 한국이 세계 모든 곳에 군을 보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 군이 세계 용병의 공급원이 돼도 좋은지 대답해야 한다. 전쟁터에 한국 젊은이들의 피를 내다 팔아 잘살면 된다는 식의 가치를 추구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정 후보의 이 같은 발언 배경을 놓고 진보 세력 결집을 노린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파병 연장 이슈를 한.미 관계 이슈로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2002년 대선 때는 여중생 사망 사건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번진 반미(反美) 정서가 당시 노무현 후보의 대선 승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 후보 측 민병두 전략기획실장은 "전 세계적 여론으로 정리된 사안인 만큼 친미, 반미 구도로 몰아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에서 대통령 쫓아낸 적 없어"=정 후보는 이날 SBS 대선 후보 초청 대담 프로그램에서 "대통령의 얘기를 무조건 따르는 국회는 선진 국회가 아니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이라크 파병 연장 반대 입장으로 노 대통령과의 관계 복원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통령의 판단을 이해하고 존중하나 국회도 독립적으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후보는 이어 파병 연장 반대가 국익보다 선거 이익을 앞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게 바로 국익이다. 더 물러서서 실익이 없다. 국익은 한.미 관계와 중동에서의 수주를 말하는데 한.미 관계에서 그만하면 동맹국으로서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당을 깨고 날 쫓아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 후보는 "대통령께서 가끔 과장어법을 쓴다. 당시 열린우리당 내에서 어떤 사람도 당을 떠나라고 요구하거나 말한 사람이 없다. 우선 사실 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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