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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일본의 200년 전통 용각산 명성 지키려 사업 확장도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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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이 광고 카피만 들어도 나이든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용각산’을 연상한다. 진해거담제인 용각산은 40여 년이나 된 국민의약품으로 한국에서도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 약은 원래 일본 ‘류카쿠산’이 원조다. 보령제약 김승호 회장이 1967년 일본을 오가며 제조기술을 들여오며 한자어를 그대로 들여다 소개한 것이다. 이 약은 1800년대 초반 일본 도호쿠(東北)지방에서 후지이 가문의 의사가 개발해 200년을 내려오는 의약품이다.

류카쿠산은 그대로 일본의 회사명이기도 하다. 후지이 류타(48·사진) 사장은 후지이 가문의 8대 사장으로 95년 부친에게서 사장직을 물려받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용각산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오래된 약인 만큼 명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확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40억 엔에 불과할 정도로 큰 회사는 아니다. 이 가운데 수출이 5억 엔 정도 된다. 미국·캐나다·홍콩·대만에는 완제품을 수출하고, 한국에서는 보령제약에 원료를 공급해 생산해 왔다. 보령제약과 류카쿠산 사이에 오래된 신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전통의 국민의약품을 생산하는 후지이 사장에게 지금 가장 큰 과제는 “변해야 산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에선 용각산의 종류가 다양하다”며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용각산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분말 형태뿐 아니라 복용하기 쉬운 ‘용각산 트로키’, 해열진통제인 ‘용각산 정제’와 ‘용각산 캡슐’, 목을 시원하게 해 주는 ‘용각산 목사랑 캔디’ 등이다.

그는 또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200년 기업을 지키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사회공헌은 가문의 전통이며, 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이익을 포기할 때도 있다”고 했다. 10년 전에 출시한 ‘연하 보조젤리’가 대표적인 예다. 용각산을 삼키기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출시한 제품이다. 전혀 이익이 남지 않았지만, 삼키기 힘들어 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기꺼이 개발했다.

그는 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지만 부친의 지시로 가업을 잇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고바야시제약과 미쓰비시화학 등의 회사에서 10년간 실무와 밑바닥 사정을 배운 뒤 94년 류카쿠산으로 돌아왔다.

후지이 사장은 “지금 생각하면 부친이 시험하신 것 같다”며 “회사의 가업을 잇기 위해 여러 경험을 해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흐와 모차르트의 명곡들이 수세기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돼 왔지만 그 기본 흐름은 변함이 없다”며 “류카쿠산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200년 된 기본 철학을 변함없이 간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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