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의 ‘DVD 골라드립니다’-스트레인저 댄 픽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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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 14면

시곗바늘처럼 살던 국세청 직원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웬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예고된 죽음에서 벗어나려 애쓰던 그는 뜻밖의 사실을 접한다.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남자의 이야기인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반짝이는 발상에 미더운 구성이 더해진 영화다. 의미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남자의 주위로 새롭게 세 사람이 배치된다. 사랑스럽고 유쾌한 무정부주의자 여인, 유머와 학식을 갖춘 문학 교수, 소설 속 인물을 매번 죽음으로 모는 여류작가가 그들이다.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사람과 해석하는 사람, 그리고 수용하는 사람 각자의 자기반영성을 놓고 딱딱하지 않은 담론을 펼친 데 이어 그들의 책임에 대해 언급한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책임, 자신이 창조한 인물에 대한 책임, 예술과 인간의 소통에 관한 책임에 직면해 고민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영화는 관객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아주 평범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코미디 배우로서의 판에 박힌 이미지를 수줍음과 진지함으로 극복한 윌 페렐과 매기 질렌홀, 에마 톰슨, 더스틴 호프먼, 퀸 라티파 등 개성 있는 연기자들의 앙상블이 멋들어진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근래 만들어진 가장 근사한 코미디 중 한 편이다.

DVD의 영상과 소리는 따뜻하고 진중한 영화의 분위기와 닮았다. 겉모양을 뽐내는 대신 모범생처럼 점잖고 친구처럼 다정한 모양새를 갖췄다. 부록 또한 지저분한 것들을 제거해 깔끔하게 차려져 있다. 67분에 이르는 특별영상은 배우 캐스팅, 감독과 스태프, 시카고 배경 소개, 각본, CG, 현장영상별로 뒷이야기를 전한다. 영화 속에 나오는 TV 인터뷰 장면 2개가 삭제장면(11분)으로 제공되는데 은근히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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