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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단>산업디자인 기술과 국력-고급 디자인인력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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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오로지 과학수준을 높이고 기술능력을 육성해야하며,그렇게만 되면 제조업이 발전하고 그것이 곧 경제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어왔다.품질이나 외양에 관계없이 물건을 만들어 놓기만 하면 별 어려움없이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물론 끼니를 때우기 어려운 나라에서는 기능만 웬만하면겉모양이나 품질에 관계없이 물건들이 팔렸다.그동안 우리가 성취한 경제성장은 그런 범주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물건들을 사주던 많은 나라들의 경제사정이좋아지면서 그들의 안목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 제품은 진열대 위로 가려져버리게 된 것이다.정책을 다루는 사람이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 원인을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 상실이라 했다.이들의 분석으로 임금이 급등하여 제품값이 오르게 되었고 결국 수출이 어렵게 된 것이 중요한 원인이고,제조기술이 뒤처진 것이 또다른큰 이유가 된다고 했다.이런 점을 근거로 정책기구들은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즉 제조기술을 높여야 하고 이공계대학의 정원을 늘리고 중소기업체에 대한 기술지도를 강화하며 기능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등거의가 기술력의 제고를 강조했다.
이 같은 정책들은 때가 바뀌고 또 사람이 달라져도,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그 까닭은 제품의 제조기술만 높이면 해결될 것이라는 단순한 사고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사실은 가장 중요하고 근원이 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 고 우리는 한가지 중요한 분야를 등한히 해왔다.즉 산업디자인 기술이 제조기술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발달된 기술로 첨단제품을 만들어도 그 물건들이 제값에 팔리지않는다면 그런 기술은 아무 쓸모가 없다.오늘 우리 제품 수출이부진한 이유가운데 한 가지가 바로 뒤떨어진 산업디자인 능력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가전제품 기술이나 자동차산업 기술이 어느정도 일본의 것에 근접하고 있지만 국제시장에서 점유하고 있는 비율은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이때문에 무역수지 흑자를 올렸던 것도단지 1980년대 후반의 3~4년이었을 뿐,끝 내는 적자로 되돌아가 우리 경제가 허덕이고 있다.결국 일본과의 격차는 기술보다 다른 요인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그 차이가 곧 산업디자인능력의 차이인 것이다.이 때문에 제조업 경쟁력을 되살리려는 노력에는 뒤떨어진 산업디자인을 육성 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같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팔아야 할 나라의 문화적 배경과 취향에 따라 산업디자인의 표현이나 구도가 달라야 한다.또 같은 나라라 하더라도 남.여,세대의 차이에 따라 그들의 선호에맞는 산업디자인을 고안해야 한다.가령 프랑스 사람의 취 향에 맞는 전자제품의 디자인이 아프리카 사람에게도 흥미를 끈다고 할수는 없다.이런 이유로 우리는 산업디자인을 문화.엔지니어링 그리고 마케팅의 세가지 요소가 어우러진 복합적이고 독특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이 같은 점을 감안해 산업 디자인의 능력개발계획을 세워야 한다.특히 우리가 관행처럼 알고있던 디자인에 대한인식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즉 디자인의 개념에는 미술적 디자인뿐 아니라 제품의 모양.크기,사용할 때의 간편성 등이 빠질 수없는 요체인 바 엔지니어링 등 공학적 고려는 시각적 측면보다 더욱 긴요하다고 할 수 있다.따라서 산업디자인 인력의 양성은 미술과 과학기술분야의 통합적 교육 프로그램과 연구.지원이 필요하고 또 판매전략을 다룰 경영학과 지역연구 등이 강조되어야 할것이다.이런 점을 고려해 산업디자인 분야의 고급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대학교과의 재편도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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