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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주부통신>23.파리여름축제 음악.영화.연극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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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8면

프랑스에서는 계절마다 계절을 여는 오프닝축제가 있다.이집트식달력에서 유래한,마치 우리의 음력과 닮은 특이한 계절구분은 가령 가을은 9월23일~12월21일,겨울은 12월22일~3월20일,봄은 3월21일~6월20일이다.여름은 하지인 6월21일을 기준으로 시작하는데 이날 여름축제(FETEDE L'ETE)라는대대적인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는 각 市.道 혹은 각 학교에서 지방풍습이나 학교의 개교이념등과 관련되는 것을 공연하는데 올해 파리시는 여름을 맞는 축제로 연극.음악.영화 특별관람회를 마련했는데 파리시민이면누구나 그 기간중 평소 보고 싶었던 것을 50% 할인해 즐길 수 있다.
교회.시민회관.시립공원.광장.지하철 할 것 없이 흘러넘치는 사중주단.오케스트라.코러스.독창등의 클래식및 재즈.팝송 연주가오후10시가 넘어도 훤한 파리의 여름날 저녁을 풍성하게 해준다. 이렇게 시작되는 여름축제는 7,8월 바캉스기간내내 전국 각처에서 연중행사로 진행되는 專門別 축제와 연결돼 열기를 더한다.클래식광은 남프랑스 엑상 프로방스로,무용광은 서쪽 아키텐지역으로,연극광은 아비뇽으로 몰려 여름바캉스를 관심별로 보낼 수 있다. 파리시는 연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예술인중 공헌도가 높고 시민에게 인기가 높았던 그해의 음악가.연극인.영화인을 선정한 뒤 파리시의 20개 區와 교외 18개 지역의 특징에맞춰 주제선정을 한다.그다음 분야.區별로 프로그램을 짜 팸플릿제작에 들어가며 신문.거리.광고판등 공공매개체를 통해 프로그램공고를 해 각 서점.지정 예매처.미니텔등을 통해 예약을 받는다. 파리시나 각 지방 예산에서 50%이상의 보조를 받아 운영되는 축제기간중 프랑스에 체류중인 사람이면 누구나「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행운을 건질 수 있다.
파리 서남쪽 지도를 온통 푸르게 하는 블론뉴숲에는 19세기 벨에포크의 화려하고 낭만적인 정원 양식의 대표인 바가텔정원이 있다.여기서는 해마다「쇼팽축제」가 열리는데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나온 시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풀밭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가볍고 경쾌한 미뉴에트나 폴란드 행진곡을 즐긴다.
3년전 7월 음악축제철에 우연히 9세,8세된 두 아이와 숲에산책 나왔다 쇼팽을 만날 수 있었던 오규시탱부인은 해마다 찾는단골이 되고,큰아이인 마르탱은 이것이 계기가 되어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라틴쿼터(갸르티에 라탱)」는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와 함께 유럽 최초의 대학가이자 지성의 요람이었으며,현재는 파리4대학 소르본대학이 있는 파리 남단의 지역이다.이 대학가를 서성거려본 사람이면 누구든지 한번쯤 벤치에 앉아 꽃무리에 취 해 책을 읽고픈 「룩셈부르」공원이 있는데 7월이면 비발디의「四季」에서부터라벨.베를리오즈.브람스등의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무료로,그것도 신선한 자연속에서 즐길 수 있다.
16세기 이후 줄곧 그치지 않고 내려오는 가난한 시민의 생.
애환.울분.반항.소망등을 몸으로 표현했던 음악.연극.곡마단.무언극등의 거리문화가 지금은 파리의 중요한 토착문화로 뿌리내려 정부.시의 보조를 받는 축제행사로 정착하게 된 것 이다.
지금 프랑스 전역의 학교가 「국가검정자격고사」가 끝나고 파리시민들은 파리를 온통 이방인들에게 비워 주고 떠나는 바캉스철이다. 파리시는 해마다 늘어나는 버려진 개.고양이,빈집털이 잡범들의 문제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골치를 썩이고있으면서도 남아있는 시민.관광객들에게 축제를 안겨주고 있다.한여름밤의 꿈을 선사해주고 있는 파리시의 정책에 관람 객들은 공연이 끝날 때마다『브라보!브라보!』를 외치며 박수갈채를 쏟아붓기에 인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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