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은 이번으로 끝내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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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닷새째 교통 대난을 겪으면서 우리는 소중한 경험을 재확인했다.부법파업이란 어떤 이유,어떤 명분으로도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고,또 성공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여기엔 일체의 불법행위는 법의 제재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국민들의 확고한 법의식이 깔려있고,나아가 이젠 이 법의식을 사회적 관행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선 일시적 불편도 감수한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이번 철도·지하철 파업을 계기로 우리가 거듭 확인한 이 시민정신을 보다 확실하게 문민정부 시대의 노사관행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선 먼저 노동운동가들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노동운동가들이 더 이상 노조활동을 정치적 투쟁으로 삼는 일이 없어야 파국적 불법파업은 사라질 것이다.
이번 사태는 불법단체인 전기협(전국기관차협의회)이 지하철노조의 은밀한 협조하에 현실성 없는 노사협상안을 제시해 파업을 유인하고,이어 지하철 노조가 직권조정기간중 파업이라는 사실상 연대투쟁을 벌이는 불법파업으로 시작됐다.이어 전노대 (전국노조대표자회의)는 전국산업체의 연대파업을 선언함으로써 일찍이 볼 수없었던 계획된 연대투쟁을 통해 제2노총 설립이라는 정치적 투쟁으로 이번 파업은 발전되었다.
이제 노조는 본래 의미의 노조활동으로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노조원의 경제적· 신분적 이익과 복지 향상을 위한 노조 본래의 역할과 기능으로 돌아가야 한다.권위주의 시대의 노조 활동은 반체제·반독재를 위한 정치투쟁이었지만 민주화시대를 맞이한 지금의 노조활동은 더이상 정치적 투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불법노조가 아직도 그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까닭도 노조 집행부의 구시대적 발상을 벗어나지 못한 권위주의적 투쟁방식 탓이다.
법의 테두리 속에서 사용자의 불법적 경영이 노동자의 지탄을 받듯 노동자의 불법적 노조 활동도 엄격한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악덕 기업주만 법의 응징을 받는게 아니라 파괴적 불법 노조활동도 단호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이번 과정을 통해 분명히 확립돼야 한다.정상적인 시민은 길 한번 잘못 건너도 5천원의 벌금을 내는데 어째서 불법으로 시민의 발목을 잡고산업을 황폐화시키는 불법 파업이 영웅적 민주화 운동이 될 수 있겠는가.
이제 더이상 국가 기간산업과 대중 교통수단등 시민 생업을 담보로 하는 파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호하고도 엄정한 법체계의 정비가 차제에 본격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더구나 연대파업과같은 구시대적·반민주적·반법치적·반시민적 노조활 동은 발조차 붙일 수 없게끔 사전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되도록 정부는 단호하고 엄격한 법적용으로 이번 사태를 깨끗이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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