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운용 통화당국 고심-실명제 이후 풀린돈도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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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총통화()증가율이 지난해보다 훨씬 낮아졌는데도 금리는 오히려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니 그 비결이 무엇인가.』 1년에 한번씩 한국경제 상황을 알아보러 오는 IMF(국제통화기금)年例협의단이 20일 한국은행을 방문,첫번째로 던진 질문이다.언뜻 생각하면 잘 이해되지 않는 현상일 법도 한 일이다.
한은 관계자는 『직접금융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싼 자금을 조달했고 미리 확보해둔 자금도 많아 자금 假수요가 거의 없었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하긴 외관상으로는 올들어 지금까지 통화당국이 통화와 금리의 두마리 토끼를 그런대로 잡아놓는데 성공한 셈이어서 IMF사람들이 부러워 할 만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지금 통화사정과 거시경제 운용의 속사정을 일일이 들여다 보면 상황이 마냥 좋게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에 포함되지 않은 금전신탁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쪽으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갈수록 많아져 지표의 유용성이 떨어지고 있다는근본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다.
1.4분기 국민총생산(GNP)성장률이 예상을 훨씬 웃도는 8.8%로 나타나고,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공급애로나 경기과열을 우려하는 소리가 조금씩 나오면서 통화당국은 내심 하반기 통화운용에 대해 고심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소비증가나 물가상승이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같은 高성장이 이어지면 인플레 압력이 생기고 통화 관리를 통한 총수요억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국제원자재 값이 오르고 있고 미뤄둔 재정집행이 하반기에 줄줄이 이뤄지게 되며 작년 실명제 이후 대거 풀린 돈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있어 물가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섣불리 통화를 죄었다가는 지금까지 잘 이끌고온 금리를 자극하게 된다는데 통화당국의 「진짜 고민」이 있다.
결국 성장세를 계속 몰아가되 상반된 지표인 통화와 금리를 함께 묶어둬 우리 경제를 「軟착륙」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경제의 軟착륙 문제는 정부의 당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때마침 北核 문제까지 겹쳐 정부는 아직까지 하반기 경제운용방안을확정짓지 못하고있기도 하다.
美國의 경우는 올들어 경기가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는 과열을 미리 막고 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세차례에 걸쳐 단기금리를 1.25% 포인트나 올렸다.聯準의 시도는 호응도 많으나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쳐 원성을 사기도 했다.
우리의 경우는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한은은 올해 증가율 목표를 14~17%로 하되 하반기에는 14%에 가깝게 운용한다는 계획은 아직 변함이 없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금리를 다치게 할 정도까지 곧이 곧대로 직접적인 관리수단은 펴지 않겠다는 점도 명백히 하고 있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총수요관리의 필요성이 생기더라도 통화증가율목표치에 연연해 하다가 다른 쪽에 주름을 주어온 과거의 愚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 한은의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그나마 증가율 목표 상한선인 17%까지는 다소 여유가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되고 있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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