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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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앙시조 지상백일장에 투고되는 작품들은 두가지의 특성으로 쉽게 분류된다.하나는 생활주변의 서정을 바탕으로한 생활시조의 범주고,다른 하나는 시조를 문학으로서 접근하려는 진지한 창작태도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어느경우든 투고된 작품의 현대시로서의 타당성과 그 성립여부다.그것은 곧 투고자 여러분의 성실성에 대한 답변이 될것이다.무조건 응모하고 보자는 식에서 벗어나 다듬고 생각을 보태는 일에 더욱 힘써주기바란다. 이달에 장원으로 뽑힌 강현덕씨의 경우,투고된 작품 모두가 고르고 빈틈없는 언어의 선택이 그의 뛰어난 시적 재능을 엿보게 한다.
『텅빈 거리를 누군가 걸어간다/자코메티 조각같은 여윈 뒷모습』과 같은 부분은 현대시조가 가야할 방향을 보여주는 감각의 탁월함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강현덕씨는 앞으로도,새롭지 않으면쓰지 않는다는 각오로 정진해 준다면 가까운 장 래에 우리는 새로운 문체의 시인 한사람을 만날수 있으리라고 본다.
「옛집을 고치면서」를 쓴 차상의 禹利愛씨의 경우 주제를 다루는 솜씨가 돋보인다.그러나 군데군데 작자의 의도가 드러나는 점이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바른 창작태도만 갖는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해도 좋을듯 싶다.
한가지 이분을 비롯하여 또 몇몇 투고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본명이면 본명,필명이면 필명을 분명히 해 투고해 달라는 것이다.매월 이 이름 저 이름으로 바꿔가며 투고하는 것은 그만큼 문학을 하고자하는 자세가 진지하지 않다는 것으 로 밖에 볼수 없다.작품의 성숙도와는 별개로 탈락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차하 백정분씨의 「산사의 저녁」은 소재의 낡은 것을 빼고는 나무랄데 없이 잘 짜인 시적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이 분은 매달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어 여간 반갑지 않다.현대시조는 바로현대시라는 점을 잊지않는다면 좋은 작품을 쓸 분 으로 여겨진다. 입선작 가운데 임성구씨의 「비」는 다소 생경한 언어들이 흠이 되었으나 종전시조의 고답적 언어형식을 깨트리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작품이다.김현수씨의 「수릿날」은 중장에서 식상한 표현이 흠이 되었으며,한재인씨의 「거목」과 박주익씨 의 「가마미해수욕장」은 시조의 형식에 대한 이해는 좋았으나 반짝이는 에스프리가 부족했다.좀더 표현에 있어 섬세한 안목이 아쉬었다.「認識Ⅰ」을 쓴 장재씨는 여러편의 작품에서 너무 군소리가 많은 것이 자주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다.입선 작품은 위태로운 발상이긴하나 작자의 관념의 키를 높여준 경우라는 점이 인정되어 뽑기로 했다.
심사위원 尹 今 初 柳 在 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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