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레터] 되새김하며 나를 치유하는 길, 독서일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독서일기류의 책들이 눈에 띄는 한 주였습니다. 저마다 삶에 울림을 줬던 책들을 소개하고, 현실과 접목시켜 해설하고 있습니다.

  그 중 『고전, 내 마음의 엘리시움』(필맥)은 기자 출신인 저자 차기태씨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플라톤의 『국가론』, 루소의 『에밀』 등 서양 고전의 감상과 해설을 담아낸 책입니다. “수 많은 출판사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진정한 지혜로 초대하는 책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책은 오히려 영혼의 칼을 무디게 만들 뿐이다”는 게 저자가 고전에 빠져든 이유랍니다. “잡초같이 많은 서적 중에서 지혜의 샘물이 되고 영혼의 양식이 되는 것은 결국 고전뿐”이라는 거지요.

  반면 문화평론가 김갑수씨가 내놓은 『나의 레종 데트르』(미래M&B)는 쇼펜하우어의 『행복의 철학』에서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래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까지 시·소설·평전·여행책 등 갖은 장르를 넘나듭니다. 저자 역시 자신의 독서 취향을 “무목적적이고 무지향적”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또다른 신간 『인디고 서원에서 행복한 책읽기』(궁리)는 청소년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의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한 열일곱 살 고1 아이들이 쓴 서평 모음입니다. ‘독서=논술’이란 공식에 함몰되기 쉬운 나이인데도 아이들은 “독서는 공부의 연장이 아니라 내 마음을 살찌우고 나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란 결론을 내립니다.

  세 권의 책 모두, 학창시절 빌려봤던 공부 잘 하는 친구의 요점 정리 공책처럼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하지만 남의 경험과 철학에 기대 책의 가치를 찾는다는 건 아무래도 아쉬움이 큰 작업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나의 …』의 저자가 힌트를 줍니다. 모든 독서는 책을 읽는 사람 자신으로 귀착된다는 거지요. 철학책을 읽든, 소설책을 읽든 결국엔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되니까요. 소설 주인공의 처지가 마음 아파 눈물을 흘릴 때조차, 사실 그 눈물의 근원은 책 주인공의 삶이 아니라 아니라 내 형편, 내 과거가 아니던가요. 그러니 남의 독서일기는 길잡이 역할에 만족해야 할 테지요.

 그렇다면 이 가을. 나만의 독서일기를 써보지 않으시렵니까. 지루한 숙제였던 독후감의 추억은 잊으시고요.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