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안단테 프레스토'로 변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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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를 ‘가장 빠른 팀’으로 만들겠다는 황진원·주희정·은희석·양희종·챈들러(오른쪽부터)가 마닐라 디 아레나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KT&G는 마닐라 전지훈련 중 치른 연습게임에서 4연승을 거뒀다. [마닐라=성호준 기자]

프로농구 KT&G가 두 가지 속도로 실험을 하고 있다.

먼저 '안단테(느리게)'다. KT&G는 '단테 존스에서 벗어나기'로 해석한다. 2005년 초 팀에 합류한 외국인 선수 단테 존스는 오자마자 15연승을 안기면서 단테 신드롬을 만들었고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독불장군식 경기로 팀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은희석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찬스에서도 패스를 안 하는 등 제멋대로여서 경기 도중 김성철이 여러 차례 다투기도 했다"고 말했다. 심판 판정에 지나치게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당해 팀의 사기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김동광 전 KT&G 감독은 단테 때문에 화병을 앓는 수준이었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페이드 어웨이와 덩크 슛 등 경기는 화려하지만 팀은 썩어 갔다. KT&G는 올해 '자유계약 선수 재기용 금지'라는 한국농구연맹(KBL)의 정책에 따라 단테와 재계약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안단테' 실험을 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프레스토(매우 빠르게)'다. 팀을 좌지우지하던 주력 선수가 떠나면 팀은 한동안 성적이 좋지 않다. 유도훈 KT&G 감독은 속도와 속공으로 단테 공백을 메우겠다는 생각이다. 팀은 스피드 위주로 튜닝됐다.

외국인 선수 마퀸 챈들러(1m97㎝)와 TJ 커밍스(2m1㎝)는 둘 다 스몰포워드를 했던, 빠른 선수들이다. 양희승을 내보내고 속공에 뛰어난 황진원과 빠른 가드 옥범준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한 것도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다.

KT&G는 필리핀 전지훈련에서 속공을 중점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12일 산 미겔과의 경기에서는 17개의 속공을 시도해 13개를 성공했다. KT&G 기록원은 속공을 성공할 때마다 기록지에 굵은 글자로 강조한다. 황진원은 "우리 팀이 올 시즌 제일 빠를 것이다"고 말했다. 유도훈 감독은 이 정도에 만족하지 않는다. "역대 최고로 빠른 팀을 만들어 보겠다"고 한다.

마닐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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