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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따끔하면서 유쾌한 한국·한국인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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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홍콩 출신의 세계 무협작가 김용과 함께 포즈를 취한 쿵칭둥 교수(左).

한국 쾌담
쿵칭둥 지음, 김태성 옮김
올림, 287쪽, 1만원

 회사 사람들끼리 자기 회사 험담을 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외부 사람이 회사를 세게 비판하고 나서면 정말 맞는 말이라도 “속 사정도 모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거나 “실제로 이런 측면이 있다”며 변명해본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쿵칭둥 베이징대 교수가 이화여대에서 교환교수로 2년여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 대한 쓴소리를 담은 이 책을 읽는 느낌도 비슷하다.

 한국의 겉모습만을 훑은 인상주의적 비판이라는 생각도 들고 지나치게 중국적 관점에 치우쳐 이야기를 풀어나가거나 중국의 대국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듯한 부분에서는 살짝 거부감도 생긴다. 특히 한국인의 식사 초대가 가난한 사람들의 회식 같다며 “나는 푸성귀와 나무껍질을 우적우적 씹고 된장찌개를 푹푹 떠먹으면서 쉴 새 없이 침과 콧물을 닦아가며 매운 고추장을 삼킨다”고 말한 부분에서는 솔직히 개운하지 않다.

 

그렇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인 그가 끄집어낸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비판은 쉬 지나칠 수 없는 측면이 많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빈말’이 외국인에게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짓말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나 베스트셀러의 경이적인 판매 부수가‘집단주의 사유’가 가장 발달한 한국 사회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국제 운동 경기에서 이겨도 울고 져도 우는 한국인의 모습에서는 반도에 자리 잡아 온갖 침략에 시달린 한국의 가슴 아픈 역사도 읽어낸다.

 이처럼 날카로운 비판과 분석의 틈바구니에서도 생동감 있는 문체로 읽는 맛을 더해주는 글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특히 그가 한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인 이창호 9단과 펼친 우연한 대국에 얽힌 에피소드는 손에 잡힐 듯한 생생한 묘사 덕에 마치 그 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다만 그가 한국에 머물렀던 6∼7년 전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다 보니 지루한 인상도 준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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