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농업경쟁력 강화책(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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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이후 우리 농촌의 활로를 다각도로 모색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농어촌발전위원회가 최초로 내놓은 중간보고서가 관심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어촌발전위는 UR 타결로 농촌·농민·농업의 위기감이 고조되던 지난 2월에 발족한 대통령 자문기구다. 농어촌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발족취지에 걸맞게 두달여만에 내놓은 중간보고서는 여러가지 개혁안을 망라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수·축협의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하고,농어촌지역 산업진흥을 위해 도농통합형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하는 한편 농어민 복지증진을 위해 농어촌 대학생의 대학특별전형을 건의하고 있다.
10여가지의 제도적 개선안을 담은 이 보고서는 그러나 전체적으로 매우 허술한 인상을 준다. UR타결 이후 한국농어촌이 외국 농수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청사진으로서는 핵심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이 결여돼 있다.
우선 생산기반인 농지제도 개편에 관한 의견이 없다. 소유상한의 인상,기업농의 도입 등 농업경쟁력 강화의 기본이 되는 시책에 대해 농발위의 의견수렴이 있어야 했다. 또 생산못지 않게 중요한 가공·유통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의견제시가 없다. 농어민 중심의 가공·유통활동을 적극 지원하라는 건의가 경쟁력강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불분명하다. UR이후 한국 농촌은 가격경쟁력 회복이 어려우면 품질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하는데,이에 대한 비전도 부족하다. 과학영농의 의지를 농수산경영자 기술전문대 설치건의 하나로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경제 5개년 계획에서 마련될 42조원의 농촌투자재원과 농특세로 조성될 10년간 15조원의 재원이 농촌발전을 위해 투입될 예정이다. 농발위는 이 투자재원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재원이 생산성 증가·경쟁력 강화로 연결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1회성 시혜자금으로 끝나게 된다.
이번 중간보고서는 이같은 경쟁력 강화방안보다 복지증진에 비중을 둔 느낌을 준다. 대입 특별전형이 그렇고,통합의료보험 등이 그렇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문제는 범부처적인 의견조율이 안되면 실현불가능한 과제들이다.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많다.
또 계절에 민감한 농수산물가격을 일반물가지수에서 분리하자는 건의는 물가상승 원인으로부터의 면피용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경쟁력 약화는 정면돌파로 이겨내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UR에서는 국내 농업보조에 상당한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에 생산장려시책에는 주의를 필요로 하는 점이 많다. 최종보고서에서는 중간보고서가 결한 여러가지 문제점을 보완해 보다 충실한 농어촌대책이 수립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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