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불법대출 보증기간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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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김상진씨가 수백억원의 대출을 받아 매입한 부산 수영구 민락동 매립지 내 놀이공원 ‘미월드’ 전경. [사진=송봉근 기자]

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비호 의혹을 받고 있는 ㈜일건 대표 김상진(41)씨의 아파트 개발 사업과 관련해 부산 지역을 근거로 한 정치권 유력 인사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김씨의 사업 진행 과정을 캐낼 때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 등 친노 인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씨가 1999~2003년 위조 서류로 42억여원의 대출 보증을 받은 기술신용보증기금(현 기술보증기금)에는 정 전 비서관과 친분이 두터운 회사 간부 H씨가 근무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과 부산 지역 정치권에서 함께 일한 사이다. 김씨가 기술신보의 보증 대출을 받는 과정에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모종의 청탁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기술신보에서 보증 대출이 올해까지 유지된 점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기술신보는 김씨가 실질적인 주인이었던 한림토건.주성건설에 대해 올해까지 보증 대출을 연장해 줬다. 두 회사는 김씨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3월 폐업했고 기술신보는 대출금을 대신 변제해줬다. 김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지난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 돈을 갚았다. 기술신보가 김씨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 보증에 대해 꼼꼼히 검토하는 것으로 유명한 기술신보답지 않은 실수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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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처남 권기문(53)씨도 새롭게 등장했다. "업무상 직접 관계는 없다"는 게 권씨의 주장이다. 권씨는 지난해 6월 김씨가 부산 연산동 아파트 개발 시행사업을 추진하면서 우리은행으로부터 1300억원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을 때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부장이었다. 주택금융사업단은 아파트 개발 금융을 담당한다. 현재 권씨는 이 사업단 단장이다.

김씨와 함께 아파트 개발 사업을 주도한 김씨의 형 김모(45)씨는 수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정치인들과 접촉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모씨는 최근 SBS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 중반 한림토건의 공사 현장과 관련해 민원인 입장에서 정 전 비서관 등 (노 대통령의 측근) 3명을 만나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모씨가 거명한 인물은 2000년 4.13 총선 때 부산 북.강서 을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도운 C씨가 포함돼 있다. 이들은 노 대통령 집권 이후 청와대에서 주요 보직을 맡기도 했다.

부산=김승현.민동기 기자

◆기술신용보증기금(현 기술보증기금)=신기술 사업자에 대한 기술 보증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 1989년 설립된 정부출연기관. 2004년 공적 신용보증 규모가 지나치게 커져 재정이 바닥나면서 신용보증기금과 통합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2005년 부산으로 본점을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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