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무역연계 블루라운드/선진국­개도국 첨예한 대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값싼 노동력에 희생당할 수 없다”/선진국/“보호주의를 위장한 주권침해다”/개도국
오는 13∼15일 우루과이라운드(UR)의 최종타결을 앞두고 노동조건을 무역에 연계시키는 블루라운드(BR)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BR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프랑스는 이미 저임금에 의존해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갖는 사회적 덤핑을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규정하고 로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국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후신이 될 세계무역기구(WTO)내에 노동문제를 검토하는 실무그룹을 구성한다는 선에서 개발도상국들의 반발을 막는 한편 BR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UR서명에 거부하겠다는 강온세력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미국노동총연맹 산업별 조합회의(AFLCIO) 등 노조를 끌어들여 AFL­CIO의 압력으로 미 의회가 UR협정 자체에 비준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은근히 위협하고 있다.
프랑스경영자협회(CNPE)도 『아시아의 값싼 노동력 때문에 유럽인의 일자리가 희생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정부의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물론 캐나다와 호주까지 합류시킨 양국은 멸종위기에 있는 동식물을 보호하거나 프레온(CFC)가스의 사용량을 규제하고 있는 실정에서 노동이라고 국제무역법규에 포함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 등은 노동비를 더 삭감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려는 악순환과 무한경쟁을 피하기 위해선 노동을 국제법의 틀속에 두어야 한다고 다른 서방국들을 설득하고 있다.
미국·프랑스 양국은 이미 노동연계를 추진하기 위한 기본틀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첫단계로 노동착취를 전면 금지한뒤 두번째 단계로 최저임금제 등의 민감한 사안은 피하되 임금협상·건강과 안전 등 문제에 대한 단체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격이다.
그리고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해 규정된 강제노동·결사의 자유·남녀차별금지 등의 조항을 원용,WTO 가입국에 2∼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를 위반하는 국가에 대해선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주된 표적이 되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등 개도국들은 노동착취문제에 대해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WTO에 사회조항을 삽입하는데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BR는 서방이 보호주의를 위장하기 위한 술수라고 비난하며 주권침해론으로 맞서고 있다.
BR논쟁은 개도국의 남과 선진국의 북이 대결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현재로선 미국 등의 양보가 없는한 UR 자체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파리=고대훈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