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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수영복 입어 … 말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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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신 수영복이냐, 반신 수영복이냐.

평소와 같이 반신 수영복을 입은 박태환이 23일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스타트하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전신 수영복을 착용한 모습. [지바=연합뉴스, 중앙포토]

세계수영선수권에 이어 프레올림픽에서도 자유형 400m 정상에 오른 '마린보이' 박태환(18.경기고)이 전신 수영복 딜레마에 빠졌다. 박태환은 24일 일본 지바에서 끝난 지바 국제수영대회(프레올림픽)에서 "전신 수영복이 불편하다"며 대회 도중 예전의 하반신 수영복으로 바꿔 입었다. 전신 수영복을 입고 치른 자유형 400m 예선에서 5위(3분50초93)였던 박태환은 반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결선에서 3분44초77로 우승했다. 1500m에서도 반신 수영복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신 수영복의 비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이언 소프(호주)가 처음 전신 수영복을 입고 나와 3관왕을 차지했다. 이후 스피도와 아레나 등 주요 수영복 업체는 자사가 후원하는 수영 스타들에게 경쟁적으로 전신 수영복을 입혀 왔다. 전신 수영복은 물고기 비늘의 원리를 적용해 수중 마찰력을 8% 정도 줄여준다고 한다. 또 일반 수영복보다 가벼운 재질을 사용해 부력을 높여준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피가 크지만 무게는 160g 정도에 불과하다. 국립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는 "전신 수영복이 기록 향상과 관련 있다는 논문이 여러 편 나왔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정상급 선수에게 전신 수영복은 기록 향상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부력이 좋은 박태환은 효과 없어?

박태환을 후원하는 스피도는 6월부터 맞춤 전신 수영복을 입혀 왔고, 7월 일본 전지훈련 땐 열흘 정도 전신 수영복 차림으로 훈련을 했다. 그 과정에서 박태환은 계속 불편함을 호소해 왔다. "어깨가 불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스트로크가 생명인 자유형 선수에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송 박사는 "전신 수영복은 상체를 조이기 때문에 평소 쓰던 근육이 압박되면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박태환을 정밀 분석해 온 그는 "박태환은 원래 부력이 매우 좋아 전신 수영복이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소프나 그랜트 해켓(호주)처럼 근육질의 선수는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과제

스피도가 전신 수영복 프로젝트를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지적도 있다. 단 열흘간 실전 훈련을 한 뒤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수영계의 한 인사는 "선수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전신 수영복을 입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좀 더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피도 측도 "정상급 선수라도 전신 수영복 적응에 3~6개월이 걸린다"고 인정하면서도 "전신 수영복이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귀국 후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짜겠다"고 전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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