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수영복이냐, 반신 수영복이냐.
평소와 같이 반신 수영복을 입은 박태환이 23일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스타트하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전신 수영복을 착용한 모습. [지바=연합뉴스, 중앙포토]
▶전신 수영복의 비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이언 소프(호주)가 처음 전신 수영복을 입고 나와 3관왕을 차지했다. 이후 스피도와 아레나 등 주요 수영복 업체는 자사가 후원하는 수영 스타들에게 경쟁적으로 전신 수영복을 입혀 왔다. 전신 수영복은 물고기 비늘의 원리를 적용해 수중 마찰력을 8% 정도 줄여준다고 한다. 또 일반 수영복보다 가벼운 재질을 사용해 부력을 높여준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피가 크지만 무게는 160g 정도에 불과하다. 국립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는 "전신 수영복이 기록 향상과 관련 있다는 논문이 여러 편 나왔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정상급 선수에게 전신 수영복은 기록 향상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부력이 좋은 박태환은 효과 없어?
박태환을 후원하는 스피도는 6월부터 맞춤 전신 수영복을 입혀 왔고, 7월 일본 전지훈련 땐 열흘 정도 전신 수영복 차림으로 훈련을 했다. 그 과정에서 박태환은 계속 불편함을 호소해 왔다. "어깨가 불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스트로크가 생명인 자유형 선수에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송 박사는 "전신 수영복은 상체를 조이기 때문에 평소 쓰던 근육이 압박되면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박태환을 정밀 분석해 온 그는 "박태환은 원래 부력이 매우 좋아 전신 수영복이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소프나 그랜트 해켓(호주)처럼 근육질의 선수는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과제
스피도가 전신 수영복 프로젝트를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지적도 있다. 단 열흘간 실전 훈련을 한 뒤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수영계의 한 인사는 "선수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전신 수영복을 입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좀 더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피도 측도 "정상급 선수라도 전신 수영복 적응에 3~6개월이 걸린다"고 인정하면서도 "전신 수영복이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귀국 후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짜겠다"고 전했다.
이충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