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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정현경사.김금복경장 파고다공원앞 식당차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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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7면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넉넉하지 않은 월급을 쪼개 점심을 굶는 노인들을 3개월째 대접해온「민중의 지팡이」가 있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내리던 7일에도 어김없이 서울 종로 파고다공원앞에 나타나 노인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대접한 이들은 서울 지방경찰청 제3기동대 金錦福경장(44)과 영등포경찰서 전경관리반 金正鉉경사(46).
노인들이 보다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이들이 몰고 온「식당버스」가 도착하자 비를 피해 처마밑에 모여있던 70,80대 노인 2백여명은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이들「착한 마음씨의 주인공」들이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12월부터.
올해로 16년째 경찰에 몸담고 있는 金경장은『5년전 용산경찰서에 배치돼 남산순시업무를 할때 한겨울에도 점심을 먹지 못한채갈곳이 없어 남산에서 하루종일 배회하는 노인들을 보고는 충격을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길로 대한노인회등에 들러 노인들의 실태파악에 나섰다는 金경장은 우리나라 65세이상 노인 3백50만명중 1백만명 이상이 하루 4백원미만의 용돈을 받아 점심해결이 거의 어렵다는 것을 알고 이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하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는 것.
그자신 월세방에 사는 처지인만큼 혼자 고민하길 4년여.
지난해 말 추위에떠는 노인들을 더이상 볼 수가 없어 마침 같은 교회에 다니는 金경사에게 자신의 뜻을 밝히고 호응을 얻어 함께 노인식사대접에 나서게 됐다.
이들은 교인들과 이웃에 호소,이들 노인들이 추위와 비를 피해식사할수 있도록 1천만원을 모아 우선 월부로 버스한대를 구입했다. 버스좌석 등판에 식판을 접었다 펼수 있도록 만들어 노인들이 앉아서 식사할수 있게 한 이 버스는 매일 오전11시부터 오후1시까지 파고다공원앞에서 노인들에게 밥.국.반찬등을 대접하고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컵라면 또는 김밥을 대접하기도 한다.
경북 경찰학교졸업후 20년째 경찰에 몸담고 있는 金경사는『동두천.안양.포천등에서 오는 이 노인들은 대부분 집안에서 내몰리거나 노인정에서도 소외돼오는 분』이라며 조만간 관악산 근처에 막사를 지어 그쪽의 노인들도 대접할 계획이라고 했 다.
이들 두사람은 번갈아 가며 하루씩 일을 나누어 할 수 있도록경찰내에서당번과 비번이 정확한 현재의 근무지로 자리를 옮겼다고했다. 이들이 한달에 점심접대비용으로 사용하는 돈은 1천만원정도.대부분 이들의 선행에 감명받은 이웃이 모아준 돈으로 꾸려가고 있다.
또 자신들의 박봉을 쪼개어 넣기도 하고 김치등 반찬류는 할머니.아내.아이들을 동원,도움을 받고 있다.
이날 김치를 해갖고 나온 金경장의 친척할머니 金장신씨(75.
서울응암동)는『대견한 손자덕에 죽기전에 좋은 일을 할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金경장은『이노인들은 한때 우리가정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분들』이라며 『노인들께 눈치보시지 말고 당당하게 식사하시라고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서울의 4곳에서 점심대접을 할수 있도록 힘을 모을 예정이며 집에서 쫓겨난 노인들이 의지할 수 있는 노인휴게소를 작게나마 한곳에 마련하고 싶다는 소망을 펴보였다.자원봉사할사람은 (877)8070으로 연락하면 된다.
〈高惠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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