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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엔화 대출 지금은 그냥 둘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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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높은 금리로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에다 엔캐리 트레이드(이자가 싼 엔화 자금을 빌려 고금리 국가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우려로 연일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전 세계 증시가 급락한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은 13.8원 오른 946.3원을 기록했다. 같은 날 원-엔 환율도 23.3원 폭등해 100엔당 814.4원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이후 계속 오르기만 한 건 아니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95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20일엔 거꾸로 943원으로 7원 내렸다. 하루 이틀 사이에도 크게 오르내리는 환율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국민은행 외환업무부 김병섭 팀장은 “엔캐리 같은 큰 이슈 때문에 최근 환율이 출렁이고 있지만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원래 추세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단기적인 환율 등락에 부화뇌동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해외펀드 환헤지는 기본=외국 자산운용사들이 만들어 국내에서 파는 역외 해외펀드의 경우 기준통화를 원화가 아닌 달러화나 엔화로 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투자자는 원화로 투자를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금융기관들이 이 돈으로 달러화나 엔화를 사서 펀드에 투자하는 식이다. 원화가 최근 3년 동안 강세를 보이면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환헤지 계약을 했다. 일정 수준 수익을 올렸더라도 펀드를 환매할 때 처음 투자할 때보다 원화가치가 높아져 있으면 받을 수 있는 원금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원화 약세 전망이 고개를 들자 해외펀드에 대한 환헤지를 하지 않겠다는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BNP투신운용 해외운용팀 추문성 이사는 “펀드는 어디까지나 운용자산의 수익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환헤지는 해외펀드 투자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환차익 환상은 접으라는 말이다. 그는 “환율 추세를 개인투자자가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우연히 환차익을 볼 수도 있지만 거꾸로 환차손을 보기가 더 쉽다”고 전했다.

 ◆엔화 대출 갈아타기 해야 할까=엔화 급등으로 엔화 대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미 크게 오른 데다 엔캐리 청산 가능성으로 앞으로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행 김 팀장은 “엔화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결국 원화로 엔화를 사서 엔화 대출을 갚아야 한다는 얘기”라며 “최근 껑충 뛴 환율 부담을 감안한다면 당분간 그냥 지켜보는 게 더 낫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지금 환율이 대출받았을 때보다 크게 올랐다면 그만큼 갚아야 할 원금이 늘어나는 셈이다. 게다가 원화 대출로 갈아타려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어야 하고, 대출 금리도 세 배나 더 높다.

 ◆환율 오를 때의 환테크는=외환 전문가들의 장기 환율 전망은 엇갈린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달러와 엔 모두 좀 더 오를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이렇게 원화 가치가 급하게 떨어지는 시기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기본은 외화가 필요하다면 되도록 빨리 사라는 것이다. 외국으로 송금해야 하거나 당장 연수·여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환전하는 게 유리하다. 또 외국에서 쇼핑할 때는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을 쓰는 게 좋다. 신용카드로 오늘 결제한다고 해도 국내 은행이 대금을 청구하는 데는 3~4일이 걸린다. 결국 3~4일 뒤의 환율을 적용 받기 때문에 카드 이용대금으로 내는 원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외화투자는 시기상조=지금 외화예금을 통해 외화 투자를 하겠다고 맘 먹은 경우는 외화 가치가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화를 살 때와 팔 때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환율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외화 투자로 단기간에 이익을 보기는 어렵다. 차라리 당장 쓸 계획이 없는 보유 외화가 있다면 크게 오른 지금 내다파는 게 더 낫다.

안혜리 기자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주택을 담보로 높은 금리의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 최근 미국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서 연체자가 늘어 급속히 부실화되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금리가 싼 일본 엔화로 돈을 빌려 다른 나라 통화로 된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엔화를 빌려 투자한 세계 각국의 자산을 팔아 엔화로 빌린 돈을 갚는 것. 따라서 엔캐리 트레이드가 많아지면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줄어들면 엔화는 강세로 돌아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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