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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계뛰는서울> 6.기업들의 개조구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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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1세기의 서울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6백년 동안 한반도의 중심이었던 서울은 앞으로도 계속 수도로남게 되고 동북아시아의 거점도시로서 국제적 위상은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우루과이 라운드(UR)협정타결 여파로 농촌 인구의 서울 유입은 또다시 늘어나고 만약 가까운 장래에 남북통일이 된다면 상당수의 북한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 것은 불보듯 뻔해 주택문제등 각종 도시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제기될 것 이다.
그러나 서울은 이제 더 이상 개발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외곽으로 평면 확장을 계속하는 것도 교통문제 등 때문에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결국 첨단기술을 동원해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시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상중인 지하공간 개발이 그 한 예. 지하철이나 도로 뿐만 아니라 사무실.창고.호텔 등 각종시설물을 지하에 건설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난지도,한강 일부 구간,여의도 광장밑 등을 첨단정보기지나 주택.문화공간 등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이같은 구상은 바로 미래의 서울 개조계획을 의미하는 것이어서더욱 흥미를 끈다.
전문가들은 난지도(91만평)를 21세기의 서울을 국제도시로 격상시킬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춘 곳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의도 광장과 맞먹는 넓은 땅이 서울에서는 더 이상 없을 뿐아니라 김포공항이나 영종도 신공항을 거쳐 들어오는 서울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땅주인인 서울시뿐 아니라 민간업체들도 이 땅의 활용방안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서울시도 이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궁극적으로는 첨단정보단지를갖춘 서울의 간판지역으로 만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92년말 쓰레기매립장을 폐쇄한 후 지난해부터 토지의 안정화(安定化)작업을 벌이고 있는 서울시는 이 땅의 활용방안에대해 비교적 느긋한 태도다.
쓰레기 더미가 정상토양처럼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30년정도가 걸리는 만큼 이 기간동안 가스를 뽑아내고 쓰레기 오염수처리 등을 한 뒤 우선 공원으로 활용하다 안정화가 된 뒤 다른용도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반해 건설업체들의 구상은 다르다.
서울의 주택난과 영종도 신공항건설등 급변하는 국내.외 여건을고려할 때 30여년이나 느긋하게 기다릴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의 기술로도 쓰레기를 당장 다른 곳으로 옮기고 택지등으로활용하면 경제성이 훨씬 더 있다는 설득력있는 주장을 펴고 있다. (주)광주고속이 마련한 난지도 개발계획은 지하 1백m에 터널을 건설,컨베이어시스팀 등으로 쓰레기를 김포매립지로 운반한 뒤 인근 상암지구등 모두 1백90만평을 묶어 택지로 개발해 분양한다는 구상.
그러나 사업비가 1조8천여억원이나 드는데다 사업기간이 12년이나 걸려 민관 합작에 의한 제3섹터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대우.현대등 또다른 7개 업체는 난지도 개발등 대형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연구하기 위한 사단법인체를 발족시키기 위해 1월11일 준비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서울시는 15년간 쌓인 약 7천만t의 쓰레기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가스폭발의 위험이 있어 기술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두고볼 거리다.
20세기의 서울이 고층빌딩으로 상징되는 지상개발의 도시였다면21세기 서울은 땅밑으로 뻗어가는 지하도시가 특징으로 부각될 전망. 서울시가 定都 6백년 사업의 하나로 구상중인 여의도 광장 지하 11만여평에 각종 문화시설과 상업.교육시설등을 유치키위한「여의도 광장 인간화 계획」구상이 그 한 예다.
그러나 민간업체들은 더욱 적극적인 지하개발계획을 추진중이다.
삼성종합건설은 서울역~남대문~시청을 연결하는 1.6㎞의 구간지하 75만평을 1백20m 깊이까지 개발하는 지오네스 시티(Geoness city)계획을 이미 마련해 두었다.
이 구간을 3개 지구로 나눠▲서울역 지구는 교통및 물류(物流)공간▲남대문 지구는 업무.유통중심▲시청앞은 정보통신및 문화공간으로 개발한다는 계획.
(주)삼림컨설턴트는 서울의 중심인 남산의 지하 80만평을 개발하는 내용의 지오토피아(Geotopia)계획을 마련해 두고 있다. 공사기간 8년에 1조8천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 이 계획은 주차장과 열병합발전소는 물론 근린생활시설과 박물관.위락시설.농장까지 지하에 설치한다는 내용.
선경건설도 성동구광장동 아차산 지하 14만5천평에 쇼핑.문화.위락시설과 농산물저장고 등을 유치하는 계획을 검토한 결과 경제성과 기술적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어 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하공간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위해 시 산하시정개발연구원에 의뢰,「지하공간이용 기본계획」을 수립중이다.
하천의 일부 구간을 차단,홍수를 과학적으로 조절하고 넓은 하천유역을 택지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토목기술자들의 주요 관심거리로 떠오르면서 논의가 활발하다.
(주)광주고속은 이같은 하천개발의 시범사업으로 중랑천 개발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오염이 심하고 경관이 파괴돼 지역발전에 저해요소가 되고 있는중랑구면목동~성동구성수동 구간의 중랑천 5㎞(유역면적 72만평)를 차단,지하 50m에 사이펀(siphon)터널을 만들어 홍수를 조절하고 그 밑에 하수처리장과 하수터널도 건 설,중랑천 전체의 유입하수를 정화한다는 것이다.
또 인공으로 차단된 하천유역은 주변 낙후지역과 연계해 신도심으로 개발하면 막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고속측은 중랑천개발의 부지조성에 9년,신도심 건설에 8년이 걸리고 사업비는 총 7조1천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지상의 교통체증이 극심해지고 공해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함에 따라 쓰레기나 화물만을 수송하는 전용터널을 땅속에 건설하려는 계획이다.
쓰레기 전용터널은 일본과 유럽의 일부 주거 밀집지역에서는 이미 실용화돼 기술적으로는 도입에 별 문제가 없으나 경제성과 제도적 측면에서 아직 이른 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종합건설은 서울시내 주요 區마다 지름 1m 안팎의 터널망을 구축,구내 주요 지점에서 적환장까지 쓰레기를 밀봉한 캡슐을 공기 압축방식으로 쾌속수송한 뒤 불연성 쓰레기만 매립지로 운반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도로와 항만등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으로 국내 전산업의 연간 비용손실이 2조원을 넘음에 따라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에 화물전용터널을 건설하는 것도 주요 관심사다.
삼성종합건설은 인천항~경인고속도로~난지도를 순환하는 루프(loop)형 터널을 2000년대초에는 충분히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崔俊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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