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접수한 이명박 "시대정신은 경제 살리기와 사회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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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21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전날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첫 당 일정이었다.

당헌.당규상 대통령 후보는 당무 조정권한을 갖는다. 대선 때까지 후보는 사실상 대표를 제치고 인사.조직.재정 전권을 장악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최고위원회의 참석은 당 접수 절차라는 얘기가 나왔다.

최고위원회의의 무게중심은 어느덧 의사봉을 잡은 강재섭 대표에서 이 후보로 이동하고 있었다.

▶강재섭 대표="경선 과정에서 징계를 많이 했는데 당 화합 차원에서 사면해 주는 게 좋겠다."

▶이재오 최고위원="시기적으로 며칠 있다 하는 게 어떻겠느냐."

▶이 후보="당 대표의 의견을 존중해 사면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공약에 대해 이 후보는 "다른 후보들 것까지 모아 검토해 달라"며 "정책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후보의 이미지에 맞아야 한다. 또 시대에 맞고, 때론 시대에 앞서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석했던 나경원 대변인은 "기존 정치인과 다른 최고경영자(CEO) 스타일"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예전 당에서 나온 후보와 달리 아웃사이드에서 '날아온 후보'여서 분위기가 색달랐다"고 촌평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이 후보는 이날 특히 '시대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해서 국민이 바라는 경제를 살리고 사회를 통합하는 양대 시대정신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시대정신=경제+통합'이란 등식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이어 "색깔 면에서나 기능 면에서 국민이 한나라당에 바라는 시대 정신이 무엇이고 그 기대를 갖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더라도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국민의 기대에 가까이 다가가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후보의 핵심 참모는 "당의 일대 혁신을 주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주문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이 후보는 시장 재임 시절 "당의 긴장이 풀려 있다. 마치 해변에 놀러온 사람들 같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지난해 7월 대표 경선 때도 당 주도권을 잡으려고 했고, 4.25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바로 당 장악을 위한 행동에 돌입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박형준 의원은 "보수색을 엷게 하고 실용주의 노선으로 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세대.이념.지역에서의 외연 확장이 필요하단 의미"라며 "대선 승리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의 기용과 이념적 중도 지향, 호남.충청권 연대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국민중심당, 민주당이 연대 대상으로 이 후보 주변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 후보의 이런 시각 때문에 일각에선 대폭의 당직개편을 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동관 캠프 공보실장은 "당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나 화합이란 당면 과제와의 조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측근은 "당초 큰 변화 폭의 그림을 그렸으나 1.5%포인트 차이로 겨우 이겨 경선 후유증이 부담이 된다"며 "여러 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선, 당과 별개로 선대위를 꾸렸던 YS(김영삼 전 대통령) 방식과 당과 선대위 조직을 일치시켰던 이회창 후보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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