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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러시아 변호사 된 차윤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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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연차 휴가 일수를 아십니까? 보통은 23일입니다. 그런데 추운 곳에 사는 노동자는 54일까지 늘어나지요. 러시아 정부와 각 주정부의 노동법과 투자유치법을 모르고 러시아에 진출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입니다."

지난 9일 러시아 변호사 자격증을 딴 차윤호(車允鎬.38)씨는 한국 기업이 러시아에 진출해 성공하려면 러시아 국민의 사고 방식과 투자 환경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기업들은 매우 폐쇄적입니다. 직원들은 옆방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죠. 또 1백명이면 가능한 일에 1백50명 정도를 고용합니다. 50명은 집에서 대체인력으로 쉬고 있죠. 감기만 걸려도 의사의 진단서가 있으면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까 대체인력이 필요한 겁니다."

車변호사는 경남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경남 창원에 있는 한국전기연구소 국제협력부에서 일했다.

"해외 연구소와 협력 사업을 하다보니 국내에 러시아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죠. 1년 만에 연구소를 그만두고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법을 모르고는 러시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 법학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그는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와 하바로프스크 국립법률경제아카데미대 로스쿨을 거쳐 지난해 모스크바 국립법률아카데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함께 유학간 부인 윤정혜(37)씨는 모스크바 국립산업미술대를 졸업하고 현재 국내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車변호사는 그동안 익힌 법률 지식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한국과 러시아 기업의 합작사업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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