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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기업 연수로 서비스.순발력 익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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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 중구청의 생활체육과 시설관리계장인 柳永靑씨(42)는 요즘 매일 아침 백화점으로 출근한다.
그가 이른 아침부터 백화점에 나타나는 것은 행정지도나 단속을위해서가 아니다.물론 쇼핑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바로 최근 공무원 사회에 불고있는「기업 배우기」바람 때문이다. 柳계장은 서울시청이 실시하는 행정기관과 기업체간의 상호 교환근무제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한달간 신세계백화점의 사원으로임명됐다.
『매장에 하루종일 서서 근무하다 보니 다리가 너무 아픕니다.
하지만 주변의 백화점 직원들을 보면 똑같은 입장일텐데도 신기하게 생글생글 웃더군요.』 처음 3일간 기본교육을 마친뒤 이제 사흘째 매장에서 일한다는 柳계장은 짧은 기간이지만 느낀 일이 너무 많다고 토로한다.
기본교육 도중 회사 한 임원이 말한『고객만족은 우리 물건을 팔아주는 사람만을 위한게 아니다.나를 아는 모든 사람이 바로 고객이다』는 구절은 특히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柳계장은 난생 처음 해보는 백화점 일로 퇴근후 서울 상계동 집으로 돌아가면 파김치가 되지만 공무원 생활에서 겪지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있는 중이다.
요즘 기업에 공무원들이 몰려들고 있다.
柳계장의 경우처럼 직접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연수를 받는 공무원들로 각 기업의 연수원이 북적대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현대그룹 연수원에는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서울시청 직원들의 연수를 비롯해 이미 이달말까지 8백여명의공무원 연수가 예약돼 있다.삼성그룹 용인 연수원에도 이달초 내무부등 정부 부처의 공무원 1천명이 3박4일의 연수를 받고간 것을 비롯해 이달에만 각 행정부처의 공무원 1천5백명이 신경영기법을 배워가게 돼있다.
럭키금성그룹의 인화원과 두산그룹의 연수원도 예외가 아니며 포항제철.대우조선.한국중공업등 개별업체에서 연수를 받는 공무원도적지않다.
공무원들의「기업 배우기」 바람은 심지어 은행.보험회사 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오히려 행정공백 상태가 일지 않겠느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기도 한다.
최근 내무부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런 움직임을 공무원들은 신정부 출범 초기에 있었던 공직자 개혁바람의 2탄이라고 부르고 있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은 기업들이 조직개편과 함께 경영혁신운동등 과감한 변신을 추진해온 것은 그동안 많이 알려진 일이다.
이런 와중에 기업의 순발력과 서비스 정신을 한수 배우려는 공무원들의 노력은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변화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斗山그룹 연수원의 吳癸鉉과장은『교육은 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공무원들이 오전8시에서 오후9시까지 빡빡하게 짜여진 기업연수를받고나서 기업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AP통신은 한국의 공무원들이 기업에서 고객서비스 정신을 배운다는 기사를 해외화제로 소개하기도 했다.
***대우도 기업만큼 이같은 공무원 기업연수에 대해 비판적인시각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일부에선 월급은 기업만큼 못해주면서서비스는 똑같이 하라는데 대해 내심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는「새로운 경험」에 긍정적이다.
『구청으로 돌아가면 백화점에서 배운 고객만족운동을 「시민만족」이란 운동으로 펼쳐볼 생각입니다.』 9급에서 출발해 17년동안 공무원으로 근무해온 柳계장의 새로운 결심이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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