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맴도는 농어촌 대책/김기봉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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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일의 국회 우루과이라운드 대책특위를 지켜본 결과 우리 농업의 재생은 공념불에 불과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협상타결을 전후해 구성된 특위는 이날 정재석 경제부총리 등 관계 4부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2개월여만에 처음으로 정책질의를 벌였다. 이날 정부는 협상과정의 실책을 일부 시인했다. 그리고 그동안 협상수정 등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으며 그럴 의사도 없음을 드러냈다. 또 대책이라고는 국민들에게 매년 1조5천억원의 세금을 더 걷겠다고 발표된 사실만 되풀이했다. 그것도 어디에,어떻게 투자하겠다는 복안은 없었다.
더구나 국민들이 최근의 외국사례 등을 보고 재협상 가능성에 귀기울이는 등 국론이 분열될 조짐을 보이는데 대해서는 완전히 무감각했다. 수도 한복판에서 농민들이 자동차를 불태우는 과격시위를 벌이고 여당 의원까지 협상비준 반대서명을 하는데도 판에 박은 답변서만 낭독할 따름이었다. 사실확인과 의지표명 등을 통해 야당이나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의 기미도 찾기 어려웠다.
이날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우선 『기초농산물중 미국은 14,캐나다는 8,일본은 7개 품목에 대해 관세설정을 가능케 했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는 쌀도 제대로 못지켰을뿐 아니라 쇠고기·감귤 등 다른 기초농산물은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따라서 수정협상을 통해 쇠고기만이라도 다시 지켜내라는 주문이었다.
이에 대해 김양배 농림수산부장관 등은 『솔직히 쇠고기 문제는 본인 스스로 큰 걱정』이라며 『그러나 재협상은 불가능한 것으로 안다』는 대답 뿐이었다. 정부에서는 이어 협상이 지난해 12월15일 최종타결됐다고 강변했다. 오는 15일 최종이행각서 제출이라는 형식적 절차만 남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최근 인도네시아가 재협상을 통해 쌀 최저수입량을 75만t에서 7만5천t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은 한국에 대해 생우수입을 위한 협상수정을 요구해 정부가 들어주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인도네시아건은 알아보고 있는 중이고 미국의 요구는 관세화는 들어줬지만 쿼타는 거절했다』는 답변만을 되풀이 했을 뿐이다.
모호한 답변이 끝까지 계속되자 보다못한 여당 의원들도 질책에 가담하고 나서 여야는 결국 하나의 결론에서 만난 셈이 됐다. 문제는 『수정 재협상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정부가 조금이라도 농어촌 등을 살리려는 성의가 있느냐』는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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