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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보자>12.환동해경제권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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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東아시아의 미래를 걸고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環東海경제권구상이 北美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유럽연합(EU)등 여타경제블록과 가장 다른 점은 경제권역이 정부나 지역간의 협상에 의한 제도마련으로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자연스런 교역으로부터 출발한다는데 있다.
경제적 발전단계나 지역적 특성이 전혀 다른 동해연안의 각 지역들은 민간기업의 자유로운「만남」자체가 경제교류로 발전될 수 있다.기술과 자본,노동력과 자원등 서로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나눠갖고 있기 때문이다.이게 바로 環東海경제권의 특성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토지면적 93만㏊로 일본 전국에서 9위,인구 약 1백24만명으로 31위인 야마가타(山形)縣은 일본 동북부의 비교적 내륙쪽에 자리잡고 있다.도회지(東京)사람들이 생각하는 야마가타의 이미지는 이름 그대로 산이 높고 사투리가 지독히 심 한 「산골도시」쯤 된다.
바로 인접한 니가타(新潟)縣에서 야마가타縣까지 일본의 신경망이라 일컬어지는 고속열차 신칸센(新幹線)을 타고 가려면 여간 불편하지 않다.신칸센 철로가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발전의그늘에만 있어왔음을 알 수 있다.
『야마가타는 급속한 인구의 노령화와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하루빨리 지역산업을 발전시켜 젊은 노동인구를 야마가타로끌어들여야 하는게 현의 시급한 과제지요.야마가타가 環東海경제권구상에 거는 기대는 단순한 경제교류의 차원이 아 니라 이 구상의 구체화 과정을 통해 위축된 현의 분위기를 살려보자는데 있습니다.』(사토 에쓰(佐藤俊悅)국제교류전문위원) 야마가타縣은 지난 50년 인구 1백35만7천명을 정점으로 젊은 층의「離縣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50년이후 약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인구가 오히려 10만명이상줄어들었다는 것은 지방정부로서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란게 사토씨의 고백이다.
야마가타의 침체된 지역경제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일자리를 찾아고향을 떠나게 했으며,이러한 離縣현상은 다시 지역경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일본전국의 평균 縣民소득을 1백으로 볼 때 야마가타는 84.3에 불과해 개인소득면에 서도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나 출발선을 늦게 떠난 야마가타의 추격은 이제 막 시작됐다. 環東海경제권 구상의 바람을 등에 업은 채 필사적으로 침체의 그늘을 벗어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움직임은 지난 92년12월17일 사카다(酒田)市에서 있은 「東方水上 실크로드 무역촉진협의회」 설립총회.
이날 현내 60여개 민간기업들은 사카다市와 사카다 상공회의소후원으로 이 협의회를 설립,사카다港을 전초기지로 삼아 동아시아의 인근 지역들과 민간기업 차원의 경제교류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을 다짐했다.環東海경제권의 열풍은 이처 럼 일본의「산골도시」에까지 불고 있는 것이다.야마가타의 민간기업들에 縣발전의 가능성과 희망을 심어준 것은 지방행정당국의 노력에 앞선 한민간기업인의 대담한 구상에서 비롯됐다.
현재 목장과 식품가공회사등 6개의 계열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히라타(平田)목장(株)의 닛타 가이치(新田嘉一.61)사장이 그주인공. 닛타사장은 90년대초 냉전종결의 세계적인 흐름을 읽고수차례 러시아의 극동지역과 中國 黑龍江省으로 날아갔다.중국과 사카다를 잇는 최단 항로를 개설하기 위해서였다.동해를「죽음의 바다」로 생각했던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의 노력은 때마침 일어난 중국과 러시아의 개발열기와 맞물려「東方水上 실크로드」란 새로운 항로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 항로는 중국 하얼빈을 시작으로 松花江~아무르강~흑룡강~동해를 거쳐 사카다항으로 들어오는 전장 2천8백㎞의 신항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 항로가 개설된 데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1858년 愛琿조약에 의해 러시아가 淸國으로부터 아무르강 이북의 광활한 지역을 점령해버린 이후 중국배가 러시아領인 아무르강을 운항하는 것은 감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92년5월 실로 1백34년만에 변화가 생겼다.러시아의통과화물공단과 중국대외무역운수총공사는 아무르강의 사용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중국화물선이 아무르강을 통해 동해로 나올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이다.그 배경에는 중국과 러시아 정부당국을 움직인 야마가타 한 기업인의 설득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해 8월4일 히라타목장의 돼지 20만마리에 먹일 중국 흑룡강성의 사료용 옥수수가「東方水上 실크로드」를 따라 마침내 사카다항에 도착함으로써 야마가타에 본격적인 環東海경제교역 시대의 막이 올랐다.
그리고 93년8월에는 중국이 이 항로를 이용한 본격적인 교역을 위해 자체 건조한 2천t급 선박 무란(木蘭)호가 옥수수를 가득 싣고 러시아령을 지나 동해로 들어왔다.
이제 야마가타에 있어 環東海경제권은 구상 단계를 거쳐 실체를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곳곳서 開發열기 ……○ 지난해 사카다세관이 산출한 통계를 보면 92년 이 세관을 통관한 러시아産 수입품은 약60억1천8백만엔 상당이며 수출은 1억6천6백만엔 정도였다.일본이 러시아로부터 주로 수입해온 품목은 목재.석유제품등 천연자원이었으며 전기기기나 공업기계.자동차등을 수출하고 있었다.對중국 교역은 수출과 수입이 모두 9억엔 정도로 비슷한 수준이었고對한국무역은 수출이 대부분이다.
현재 環東海경제권에 속한 한국.북한.러시아.중국등 동아시아 4개국의 수입비중은 전체의 29.1%로 그런대로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은 불과 9.3%에 지나지 않는다.또한 야마가타縣 전체의 수출액중 동아시아 4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9%에 불과하다.
이같은 야마가타의 對동아시아 교역비중은 같은 동해에 면한 니가타등과 비교해 볼 때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으로 環東海경제권 구상에 대한 편성이 늦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東方水上 실크로드」를 지역발전의 길로 선택한 야마가타의 변화는 지금부터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야마가타=金國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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