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바둑산책>94년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送舊迎新,癸酉年 묵은 해가 가고 甲戌年 새해가 밝았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나로서는 이것이 금년들어 첫 기회이므로 愛棋家諸賢께 세배부터 드려야겠다.『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棋力도 크게 진보하소서.』 이미 작년이 되어버린 1993년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다사다난하고 숨가빴던 기간이었으나 우리 바둑계만은 세계 4대 기전 석권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뜻깊은 한해였다.
그것은 세계 바둑사상 유례 없는 쾌거다.따라서 1993년은「한국바둑 의 해」로 기록되어 마땅하다.
흔히「創業보다 守成이 어렵다」고 말한다.그렇다.우리는 결코 과거의 영광에만 도취되어 장래를 소홀히 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지금은 전열을 재정비해「중단없는 전진」에 나설 때다. 스스로「바둑선진국」임을 자랑해오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일본은 절치부심,설욕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그들의 매스컴들이 한국의 국내 기전 소식과 기보등을 크게 취급하는 것도 과거엔 없던 풍경이다.한국의 급부상과는 지극히 대조적으로 최근 3년동안「부진의 늪」에 빠진 중국도 열심히 칼을 갈고 있어 얕잡아 볼 상대가 아니다.사실 중국은 불운했다.
비운의 천재기사 첸위핑(錢宇平)9단이 91년 후지쓰盃 결승을앞두고 갑작스런 발병으로 기권패 하지만 않았더라도 상황은 크게달라졌으리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