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건 과감히풀고 고칠건 빨리고치자(뒷다리잡는 「규제」이제그만: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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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등록공장엔 폐수처리도 불허/수도권 8천여곳 “공해업체” 단속용/현실성없는 규정으로 불법만 양산
경기도 고양시 속칭 고양공단내 2백60여가구·부품생산업자들은 지난해초 공동폐수처리장을 추진했다. 해마다 당국의 공해단속때면 어김없이 적발돼 개선명령·폐쇄명령·시설사용금지명령을 받는 처지여서 업자들이 어렵게 의견을 모아 스스로 10억여원이 드는 폐수처리장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부처 이기주의 탓
그러나 환경처로부터 『배출방지시설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공식통보를 받고 무산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오염방지시설을 개별적으로도 갖출 수 없다는 통보도 함께 받았다. 이유인즉 이들 업체가 무등록공장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단협의회 이유섭사무장은 『그렇다면 유독가스·폐수를 그대로 배출하란 말이냐』고 항변하지만 환경처 당국자의 대답은 이렇다.
『비록 무등록이라도 기왕에 공장이 가동되고 있고,배출시설 자체는 적절한 만큼 이들 정화시설을 가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온당하지만 허가를 내주면 무등록 공장을 간접적으로 합법화시켜 제2,제3의 무등록 공장을 양산할 수 있다는 타부처의 우려가 워낙 강력해 곤란하다.』
○야간엔 반입금지
현재 이와같은 처지의 공장은 수도권지역에 서울 구로와 인천의 1∼6 수출공단을 제외하고 8천여개소에 이르며,환경처가 이따금 발표하는 「환경오염사범 무더기 적발」의 실체가 바로 이것이다. 까다롭고 현실을 무시한 법조문과 이를 운영하는 당국자들의 경직성이 공해사범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건설업자 김모씨(48)는 최근 빌라 신축공사를 중단했다. 기존의 집을 헐어내 생긴 건축쓰레기를 치우지 못해서다. 수도권에서 건축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곳은 김포매립지 한곳 뿐인데 서울시 등에 등록된 15t짜리 트럭이 아니면 쓰레기장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 때문이다.
15t짜리 트럭을 구하지 못한 김씨는 고민끝에 쓰레기처리업체와 t당 2만5천원에 건축쓰레기를 실어가기로 계약했지만 이 업체 또한 매립지측의 까다로운 규제와 자체 야적장의 포화로 치워주지 못하고 있다.
『김포매립지측이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의 주간에만 반입을 허용해 교통체증으로 하루 1회 왕복도 어렵고 검사가 까다로워 회차당하기 일쑤입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 성동구 응봉동 J환경의 야적장엔 15m 높이로 건축쓰레기가 쌓여 먼지·악취공해를 내뿜는 「작은 난지도」를 이루고 있다.
○1㎝ 초과도 불법
이 회사 한 간부는 『쓰레기를 버리는데 8t 트럭은 안되고,깨진 콘크리트 덩어리의 직경이 50㎝에서 1㎝만 넘어도 안되며,교통체증이 덜한 야간에는 아예 반입을 받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쓰레기의 불법투기를 조장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포 쓰레기 수송로와 일산 자유로 주변에 군데군데 임시 쓰레기장(?)이 생기고,김포군청과 고양시청측이 이들 쓰레기를 다시 치우느라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낭비하는 악순환도 현실을 도외시한 이같은 규정들 때문인 것이다.
그런가하면 정부의 일관성없는 규제정책이 기업들을 환경오염업체로 낙인찍어 곤욕을 치르게 하기도 한다.
전북 이리공단내 S사와 대구 비산염색공단의 K사는 지난해 환경기준치를 넘는 폐수를 방류했다는 이유로 각각 개선명령·벌과금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매년 1억2천만∼5억원씩의 폐수 공동처리부담금을 물고 있는 이들 회사측은 억울한 처분이라고 항변한다.
이들 회사는 정부가 87년 환경시설의 중복투자를 피한다며 종합처리장을 건설하면서 자체 정화시설을 폐쇄토록 해서 이에 따랐다. 그런데 최근 종합처리장의 용량부족을 들어 일부 폐수의 자체 정화를 위한 시설을 다시 만들라고 지시해 S사의 경우 4억원을 들여 정화시설을 또 설치했다.
○“부담금 왜 받나”
S사 김모부장은 『엄청난 액수의 부담금을 기업으로부터 받으면서도 종합처리장을 증설하지 않고 행정편의주의로 그 부담을 기업에 떠넘기는 처사도 이해할 수 없지만 종합처리장으로 들어가는 배출수를 문제삼아 처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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