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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이젠그만>5.관광객 내쫓는 호텔행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서울 관광을 마치고 열차로 밤늦게 도착해보니 호텔 식당이 문을 닫아버려 저녁을 굶었어요.』 慶州 K관광호텔에 투숙한 캐나다인 앤더슨씨(57.토론토거주)는 음식점은 물론 디스코장.바등 호텔의 모든 부대시설이 밤12시면 어김없이 문을 닫는 것이관광객들에겐 무척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앤더슨씨는『전쟁중이거나 특수사정이 없는한 세계 어느 나라도 관광호텔의 영업시간을 강제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며 한국의 호텔들이 타의에 의해 부대시설의 문을 닫는 사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S관광호텔을 경영하는 李모씨는 지난달 가라오케를 설치하려 했으나 관할구청측이『내국인들이 몰려들어 과소비와 사치풍조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않아 무산됐다.구청은 90년10월 강화된 식품위생법에 의해 가라오케가「 공익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업소」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92년부터 외국기업과 합작으로 신축공사를 하고 있는 A관광호텔(서울구로구독산동)은 나이트클럽.디스코장.사우나.칵테일바를 아직 허가받지 못해 공사를 못하고 있다.비교적 호텔 신축이 자유로웠던 88년 일반주거지역에 관광호텔 사업계획은 승인받았으나뒤늦게 건설부공고로 일반주거지역에는 위락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되는 바람에 허가를 못받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합작선은『당국의 규제대로 하자면 이 호텔에 투숙한 관광객들은 잠만 자야할 형편』이라며『관광객들의 편의는 전혀 고려치않는 한국의 관광행정은 도무지 이해할수 없다』고 말했다.
영업시간제한이나 부대시설은 호텔주인이 사업전망.수지계산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일선에서 관광객과 부닥치고 외국인을 붙잡아야할 사람은 공무원이 아니라 호텔업주다.정부는 외국관광객을 많이끌어들이고 장사가 잘되게 호텔을 도와줘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행정은 위생검사에다 식품검사.요리기준등 1백여개의 규제로 호텔을 옴쭉달싹 못하게 하고 있다.
서울 R호텔은 지난해 10월 욕조에 사용되는 수돗물의 수질검사 결과 대장균이 검출돼 경고를 받았다.『서울시가 공급한 수돗물에서 나온 대장균에 대해 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항변했지만 관청은 들은 체도 않았다.
올해는「한국방문의 해」-.
정부는 지난해보다 20%이상 늘어난 4백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유치목표를 세우고 있다.그러나 이들을 잠재우고 쉬게 할 호텔에가해진 각종 규제는 상업성있는 서비스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 호텔은 짓기부터가 어렵다.지난해 중소기업체 사장 李모씨(54.서울강남구삼성동)는 관광호텔을 지을까 하다가 도시계획법과 관광진흥법.건축법에 따라 땅을 사고 사업계획승인.건축허가를 받는 미로같은 행정절차를 알고는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
호텔을 지으려면 부대음식점은 식품위생법,사우나는 공중위생법,화재방지 시설은 소방법,주차시설은 주차장법,교통영향평가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상.하수도는 수질환경보전법의 적용을 받고 객실의방음은 소음진동규제법,쓰레기처리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허가를 받아야 한다.
25개 법률,86개 조항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숙박.위락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채「한국방문의 해」를 내걸어봐야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며『기본적으로 서비스의질과 방법선택은 호텔 주인이 경쟁력확보 차원에서 결정하게 해야한다』는 것이 호텔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요구사항이 다.
〈金石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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