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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새해 어떻게 달라질까-핵.외교.경제.사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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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북한 핵문제는 체제유지및 경제문제를 규정하는 핵심고리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체제보장및 경제지원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남북관계 교착의 원인이기도 했던 북한 핵문제는 올해 어떤 형태로든 결판이 날 전망이다.
핵무기개발로 나서거나 핵투명성을 보장하는 두 갈래의 선택 가운데 북한은 핵투명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95년의 NPT개정을 앞두고 국제적 비핵화정책이 강화될 조짐인데다 핵개발은 탈냉전의 시대조류를 거슬러 고립을 자초하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투명성 보장 선택은 그러나 반대급부를 통해 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필요하며,여기에는 북한권부의 갈등이 동반될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이 이 방향으로 간다해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사찰결과 플루토늄 추출 량이 예상보다 많을 경우 핵문제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공산이 있다.
이럴 경우 플루토늄의 은폐여부가 또 다른 쟁점이 되면서 북한과 국제사회는 다시 줄다리기를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IAEA에 신고한 7개 핵시설에 대해 완전한 핵사찰을 수용하면 일단 北-美 관계개선은 시작되고,현재 중단된北-日간의 수교교섭도 재개될 것이다.
미국의 對北 禁輸조치 해제는 그 첫 조치가 될 것이며,北-美간 상호 연락대표부 교환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8차례 진행됐던 일본과의 수교협상도 재개되면서 큰 진전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日本 호소카와 연립내각에 親北的인 사회당이 다수파를 차지하고있는데다 북한도 경제난 타개를 위해 배상금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편으로 전통적 우방인 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개선및 이란.리비아등 산유국과의 경제외교에도 역점을 둘 전망이다.
이들 국가와의 관계 개선은 韓.美.日과의 관계개선 속도와 반비례할수도 있으나 중국과는 과거 어느때보다 우호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북한은 또 동남아.중남미등 제3세계 국가와의 비동맹외교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북한은 올해 대외적으로 경제의 빗장을 풀면서 내부적으로는 체제유지를 위해 주민통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는 모순된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지표는 노후한 생산설비와 낙후된 기술을 감안할 때 올해도급격한 신장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러나 핵문제 해결에 따른 美-北韓 관계개선은 식량및 원유의안정적 공급과 국방비의 축소를 가져올 것이며,이는 경제의 새 활력소가 될것이다.
대외개방과 관련,올해는 나진.선봉자유무역지대에 외국자본이 처음으로 도입되고 백두산및 금강산권등을 중심으로 관광자원 개발을위해 외자를 유치할 것이 예상된다.그러나 남포공업지대등에 대한개방은 나진.선봉지구의 개방성과를 봐가면서 결 정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제일주의를 천명한만큼 대외무역에 박차를 가해 서구와대만등 동남아로 시장을 다변화할 것이 분명하다.물론 중국.러시아.이란과 식량및 원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정상적인 경제관계복원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제한적인 개방은 그러나 체제유지를 위해 주민에 대한 통제의 강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 확실하다.개방이 체제 붕괴 요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東歐에서 얻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방되는 나진.선봉지구에는 이른바 출신성분이 좋은주민들을 이주시키고 사상교육도 과거 어느때보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단군릉 발굴을 통해 민족정통성을 강조한 것이나작년 12월의 최고인민회의에서 민족문화계승문제를 첫번째 의제로다룬 것은 사상통제 강화의 신호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개방법률을 정비한 92년말에 열린 조선지식인대회와 무역제일주의를 천명한 작년 12월에 개최된 공산주의 미풍선구자 대회와 궤를 같이한다.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집안단속에도 불구하고올해는 북한주민 의식변화의 실질적인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제일주의 천명을 통한 서방과의 잦은 교류및 제한적 경제개방은 필연적으로 주민의 의식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한적 개방정책속에서 북한주민에 대한 통제의 성공여부는 개방및 자력갱생 선택의 관건이 될 것이다.
〈吳榮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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