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이젠 시간이 없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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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과의 핵씨름에서 가장 우려하고,모두가 피하고 싶어하던 이야기들이 불과 한주일 남짓한 사이에 부쩍 늘고 있다. 외교적인 해결노력이 불가능한 상황을 상정한 제재론들로 그중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마련해 북한측에 전달된 최종 협상안에 대한 응답을 기다리는 동안 미국의 정부기관과 여론에서 사태가 악화됐을 경우에 대비한다는 방안들이 그러한 시나리오들이다. 「한반도에서 전쟁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미국의 중앙정보국장의 말과 미 국방부에서 「각종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미국 중앙정보국장의 말과 미 국방부에서 「각종 상황에 대비하는 준비단계」로 주한미군 강화를 위한 일련의 대책을 검토중이라는 보도들이 잇따라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정부의 이러한 강성태도는 물론 외교적인 노력을 우선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더이상 북한을 달래기 위해 시간을 끌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의지는 3일 끝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밝힌 미국 대표의 발언에서도 재확인되고 있다. 북한 핵에 대한 필요한 사찰이 이루어지고 핵 안전조치의 계속성이 유지되지 않는한 미국은 앞으로 북한과 대화하지 않고 이 문제를 「유엔안보리에 넘겨 후속행동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후속행동을 결정하는데는 물론 다음주에 유엔안보리에 제출하기로 되어 있는 IAEA의 북한 핵에 대한 보고서가 중요하다. 북한핵의 안전조치에 대한 계속성이 단절됐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제재조치에 나서겠다는 것이 지금까지 미국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 IAEA 이사회에서 한스 블릭스 사무총장이 개막보고를 통해 핵안전조치의 계속성이 크게 「훼손」되어 북한 핵이 더이상 평화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있는 확신」이 불가능해졌다고 공식 선언하고 있다. 이는 「계속성 단절」 선언과 거의 근접해 있다는 의미로 이제 더이상 시간이 지체될 수 없다는 심각한 신호로 보인다.
북한은 남북한 대화재개와 IAEA의 핵사찰을 수용할 경우 그들이 제의해온 일괄타결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한미 양국정부의 협상원칙에 대해 3일 미국정부 관리와 만나 응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로서는 이번 북한의 응답이 긍정적이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의 대화와 설득노력 대신 국제사회의 제재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핵카드로 획득해온 그동안 미국과의 직접대화 통로 개설 등의 외교적 성과도 모두 물거품이 될뿐 아니라 한반도에 예측할 수 없는 긴장상태가 조성될 것이다. 우리 민족 모두에게 불길한 일이 오는 일이 없도록 현명한 선택이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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