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불 설득에 초점/독­불 정상회담 무슨 얘기 오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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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UR 타결」 분수령 될듯/미에 “유럽단결” 보여줘야/불/자유무역 위해 양보 유도/독
이틀간의 일정으로 지난달 30일 독일 본에서 개최된 헬무트 콜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12월15일로 시한이 잡혀있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최대 관건인 농산물회담이 개최되는 시기와 맞물려 열린다는 점에서 UR 타결분위기를 만드는 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담에서는 물론 10일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유럽공동체(EC) 정상회담,그리고 내년 1월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에 대한 양국의 입장도 조율한다.
그러나 유럽차원을 넘어서는 국제적 현안이 되고 있는 UR에 대해 양국의 그간의 입장을 재조정하는 것이 가장 큰 현안이기 때문에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양국이 UR와 관련해 어떠한 공동대책을 마련할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셈이다.
UR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은 표면상 미국의 공세로부터 유럽의 이익을 합법적으로 지키겠다는 것으로 일관되고 있다. 즉 15일까지 농업문제와 문화관련 문제에 대한 만족할만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마지막 서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물론 프랑스는 UR가 실패로 끝날 경우에도 독일은 프랑스편이 돼주길 희망하고 있고,또 그렇게 믿고 있다.
프랑스는 드골정권에서 나토에서 탈퇴하고 EC에서도 탈퇴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러나 당시 국민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파국이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고립적인 의식을 갖고 있으며 이번 협상의 배경에도 이러한 의식이 상당히 갈려 있다.
이번 UR협상에서도 프랑스의 완고한 입장을 아는 미국은 마지막 단계에서 여러가지 양보안을 마련,프랑스측을 끌어들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협상이 비교적 낙관적으로 흐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랑스가 만약 뛰쳐 나갈 경우 다른 유럽 각국들도 설령 UR에 찬성한다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미국안을 지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상품에 대한 프랑스의 반발이 거세 나치 독일점령 당시의 독일어 간판보다 현재 미국의 간판이 더 많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의 입장은 프랑스와는 좀 다르다. 한때 유럽통합과 관련,프랑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프랑스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했지만 현재 미국과 1,2위를 다투고 있는 수출대국 독일은 역시 자유무역옹호국이며,이 점에선 프랑스보다는 오히려 미국쪽에 가깝다. 그렇다고 대놓고 미국을 지지할 수만도 없는 것이 「유럽국」 독일의 입장이다. 미국이 프랑스를 설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독일을 지목,조정자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의 양국 정상회담은 미국의 이런 기대와 독일의 이해가 맞물려있는 것이다.
1일 브뤼셀에서 재개되는 미­EC간 막바지 협상이 결실을 보아 15일까지 UR가 타결되기 위해선 미국의 기대처럼 독일의 프랑스 설득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돼 콜 총리의 설득솜씨가 과연 어느 만큼 발휘될지가 관심사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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