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APEC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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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 대통령 “시작이 반” 첫모임 중요성 역설/클린턴이 건배 제의한 잔엔 물… 좌중폭소
○…김영삼대통령은 20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회담장인 블레이크섬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숙소인 시애틀 쉐라톤호텔에서 박관용 비서실장·한승주 외무장관·한승수 주미 대사 등 핵심 참모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갖고 연설 원고를 최종 손질.
이어 김 대통령은 오전 8시30분 보좌관 1명·경호원 2명·통역 1명을 데리고 시애틀을 출발,정상회담을 위해 특별히 전세낸 관람유람선(타이이호)편으로 오전 9시 정각 블레이크섬에 도착해 곧바로 회의에 참석.
김 대통령은 통나무집으로 만들어진 회의장에서 빌 클린턴 미 대통령·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 총리·장쩌민(강택민) 중국 주석 등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뒤 「새로운 태평양시대의 개막」이란 제목으로 첫 연설을 시작.
김 대통령은 『오늘날 전세계는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보편적 가치로 받아들이면서 각국은 자신에게 맞는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바로 이러한 때 개혁의 동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태평양시대를 논의하게 된 것은 전세계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회담의 의의를 강조.
김 대통령은 또 『한국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오늘의 첫 모임을 통해 새로운 태평양시대 개막이라는 목표의 반을 달성했다는 뜻』이라며 회담의 출발이 매우 상쾌함을 역설.
○…정상회담에 앞서 클린턴 미 대통령이 19일 저녁 한국 등 12개국 정상과 각료회의 참석자 등 각국 대표를 위해 베푼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 김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은 강 국가주석을 선두로 미리 입장해 있던 각국 대표들의 기립박수속에 만찬장인 스페니시 볼룸에 입장,잠시 사진기자들의 촬영을 위해 포즈.
각국 정상들이 자리를 잡자 클린턴 대통령은 『우리 자손들의 번영을 위해 새로운 아시아­태평양시대를 개막하자』면서 짤막한 만찬사끝에 즉석에서 건배를 제의.
그러나 연설대에 준비된 잔에는 술이 아니라 물이 들어 있었고 참석자들의 잔에도 미처 술이 따라지지 않은 상태여서 잠시 분위기가 어수선. 자신만만하게 「건배」를 제의한뒤 잔을 비운 클린턴 대통령이 『물 아니야』라며 당황해하자 좌중에 폭소가 터졌고 머쓱한 표정으로 좌석에 돌아온 클린턴 대통령은 『태평양물』이라고 즉각 말을 돌려 어색함을 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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