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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경제연/살림 홀로서기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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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영컨설팅 전담조직 확대… 외주 늘려/관공서 수주 적어 아직은 걸음마단계
기업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민간경제연구소들이 외주를 늘리는 등 홀로서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때 고급인력을 데려다 예산만 낭비한다는 눈총까지 받았던 이들 연구소들이 경영컨설팅 전담조직을 확대하고 은행은 물론 정부부처 및 외부 컨설팅 수주를 늘리는 등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부설 경제연구소는 크게 그룹계열 경제연구소와 증권전문 경제연구소로 나뉘는데 최근에는 증권전문 경제연구소까지 컨설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 경제연구소는 90년부터 컨설팅 업무를 시작한 이래 지난해 외환은행·총무처 등 21건의 컨설팅 실적을 올렸고 올해는 외환·대구은행 등 은행들의 경영진단을 늘리며 70억원의 예산중 외부수익사업으로 충당키로 했다. 럭키 금성경제연구소는 91년 6월 경영컨설팅센터를 별도로 둔뒤 기업체나 관공서를 상대로 컨설팅 수주를 벌이고 있으며 올들어 조직개편을 단행,경영컨설팅을 담당하는 경영 연구실을 확대했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우선 내부 연구능력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조만간 컨설팅업무에 뛰어들 계획이다. 현대 경제사회연구원은 그동안 계열사 중심으로 컨설팅 수주를 해왔으나 내년엔 연구소 5개년 발전계획을 마련,다른 기업에까지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증권전문경제연구소들 중에는 동서경제연구소가 조선대 장기발전 계획을 수주하는 등 올들어 대학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이밖에 제일경제연구소도 최근 한화그룹을 통해 카자흐의 경제개발계획 용역을 따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이런 움직임은 연구소의 경제·경영연구에도 고객 개념이 도입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민간경제연구소의 홀로서기에는 TV토론회 등을 통해 스타가 된 소장들도 한몫하고 있다.
대우의 이한구소장과 삼성의 임동승소장 등은 이미 유명인이 되었고 럭금의 차동세 전 소장은 김영삼대통령의 경제참모로 활약하다 지난 5월 산업연구원(KIET) 원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룹내 직책도 사장·부사장급인 연구소 소장들은 최근 금융실명제·업종전문화 등 기업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들과 관련해 그룹경영의 깊숙한 자문까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쨌든 앞으로 기업 부설연구소의 기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새로운 정부 출범으로 기업도 이제는 정부관리들에 대한 로비 못지않게 정책분석을 바탕으로 한 논리적인 대응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부설 경제연구소들이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연구소마다 컨설팅을 통한 수익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재정자립도는 10∼20%에 불과하며 컨설팅 능력의 지표가 되는 관공서 프로젝트 수주는 미미한 실정이다.
30년 역사의 일본 노무라연구소가 2천9백명 연구원에 연간 외형 1천4백억엔,관공서 수주가 전체 컨설팅의 30%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연구소의 컨설팅 수준은 초기단계라고 볼 수도 있다.
삼성의 임 소장은 『연구소 내부적으로는 연구상품의 신뢰도를 높이는게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도 정보를 상품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제시했다.(박승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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