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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실무접촉 첫날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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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단군릉 발굴계기 민족단합을”/박영수 북 대표/출발앞서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준비/남측/발언중도에 차단… 말꼬리잡아 핀잔 주기도/북측
○…우리측 실무접촉대표인 송영대 통일원차관(수석대표)와 김일무 총리실 심의관·장재용 외무부 미주국장은 이에앞서 4일 오전 삼청동 남북회담 사무국에서 구본태 회담 사무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회담대책을 숙의.
회의 참석자들은 우리측의 사전 입장조율과 함께 특히 송 차관의 카운트파트인 북측 박영수 수석대표가 협상의 명수라는 점을 감안,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며 「도상연습」을 하는 등 새 정부 들어 첫 남북대화에 만전을 기했다.
한편 한완상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이날 대책회의를 마친 실무대표들과 점심을 함께 들며 격려.
○…특사교환 절차를 논의키 위해 5일 오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실무대표접촉은 지난 1월25일 핵통제 공동위원장 접촉 이후 8개월여만에 첫 공식회담인 탓인지 비교적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
송영대 우리측 수석대표와 박영수 북측 수석대표는 회담시작 직전 회담장인 통일각 현관에서 만나 『오래간만입니다』 『반갑습니다』라는 간단한 인사를 나눈뒤 10시 정각부터 10여분간 북측의 단군릉 발굴작업과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화제로 환담.
박 북측 수석대표는 『우리측 고고학자들이 단군릉을 발굴,단군유골을 발견했다』고 운을 뗀 뒤 『이는 우리 민족사가 5천년이 넘는다는 유구성을 확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
박 대표는 특히 『단군뼈가 발견됨으로써 단군이 실재인물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면서 『단군을 원시조로하는 단일민적으로서 북과 남이 좀더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부연.
북측이 현시점에서 검증하기 어려운 단군뼈 발굴얘기를 오래 화제로 삼자 우리측 송 수석대표는 『우리 민족의 문화재를 발굴하고 민족 일체성을 확인하는 일은 좋은 일』이라고 원론적으로 응수.
○…북측 박 대표는 그동안 우리측에서 대북 전략에 관한 부처간 이견이 있다는 보도를 의식한 듯 이를 자극하는 발언을 거듭.
박 대표는 『특사교환이 이루어지지 못한데 대해 사실 속으로 송 선생 욕을 많이 했다』며 『그러나 알고보니 통일원만 탓할 일이 아니었더라』고 비아냥.
박 대표는 이어 『내가 가장 잘 아는 송 선생이 차관까지 됐다고 들어 일이 잘될줄 알았는데 다른 곳에서 반대가 심했나 보지요』라고 떠보기도.
이에 대해 우리측 송 대표는 『지난 추석 남쪽에서는 2천만명이 고향을 찾고 성묘를 하느라 이동했으나 이산가족만 집에서 쓸쓸히 보냈다』며 『지금 대전에서 93엑스포가 열리고 있는데 북한 들쭉술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소개한뒤 『빨리 남북간에 물품이 오가고 교류가 돼야할 것』이라고 첨언.
○…북측 박 대표는 우리측 발언을 중도에서 차단하는가하면 말꼬리를 잡아 핀잔을 주는 등 「회담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 우리측 송 대표가 『최근 이스라엘과 PLO가 평화의 깃발을 올렸다』는 말을 꺼내자 박은 『우리는 남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고 끼어드는가 하면 『이산가족이 상봉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는 말에 대해 『기자들을 위한 덕담을 하는 단계에서 회담내용을 말하고 있다』고 핀잔.
○…회담시작 30분전인 9시30분부터 북측지역 통일각 회담장에 미리 들어온 남북한 취재기자 20여명은 서로 인사를 건넨뒤 회담전망과 최근 남북한 상황에 관해 가볍게 담소.
우리측 기자들이 『회담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말을 건네자 북측기자들은 『좀 기다려 보면 알지 않겠느냐』며 큰 기대는 하지않는 반응들.
중앙TV의 강일기자는 『이번 회담에서 특사교환 절차문제와 함께 남측의 핵문제 국제공조문제도 거론될 것 아니겠느냐』며 논란을 예상.
○…송 수석대표는 『박 선생과는 지난 84년 처음 만난 이래로 오늘 회담까지 17차례나 만난 것 같다』고 오랜 인연을 상기시킨 뒤 『우리가 지난 85년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타결지어 온겨레에게 기쁨을 안겨준 것처럼 이번에도 특사교환을 반드시 타결짓자』고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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