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매거진>모래판 코미디언 박광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인간산맥」「람바다」.별명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는 민속씨름 제2중량(최고중량은 청구의 曺正珉.1백63㎏)朴光德(21.럭키증권.1백52㎏)의 천하장사 등극일은 언제인가.
제29회 천하장사겸 제73회 체급별장사씨름대회(30일~10월3일.대구체육관)가 다가온 가운데 중량씨름의 간판 박광덕이 관심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광덕은 지난 91년초 당시론 최고대우인 계약금 4천만원,연봉 2천만원의 거금을 받고 럭키증권씨름단에 입단한 중고 새내기. 1m83㎝.1백52㎏의 거구에 힘이 장사인 그는 입단때부터언제라도 천하장사 등극이 기대됐던 유망주였으나 번번이 정상의 일보직전에서 분루를 삼켜온 만년 2인자.지금까지 천하장사에서 1품(2위)만 네차례했고 다소 인연이 먼듯한 백두급 경기에선 2품(3위)한번이 고작.
따라서 간판이던 林鍾邱(27)의 노쇠화로 박광덕의 활약을 크게 기대했던 럭키씨름단으로선 다소 맥이 빠진 것도 사실.
雪上加霜으로 럭키는 스카우트전에서 올 아마씨름 최대어인 李太鉉을 청구에 빼앗긴데 이어 최근엔 田在聖감독이 일부 고참선수들과의 극심한 불화로 임기중 사퇴하는등 內憂外患을 겪고있는 상태. 따라서 팀으로서나 박광덕 개인으로서나 이번 추석맞이 천하장사대회가「럭키」의 자존심을 살릴수 있느냐는 절박한 고비이기도 하다. 박광덕은 씨름판의 코미디언으로 통한다.모래판에서 상대선수를 눕히고 나면 으레 거구를 흔들며 추는 엉덩이춤(일명 람바다)으로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 일쑤며 선수들사이에서도 코믹한 언어구사.몸짓등으로「내무반」(합숙소)분위기를 웃음바 다로 만든다.그가 프로씨름 최고의 중량으로도 번번이 정상문턱에서 미끄러진 이유는 거대한 중량을 지탱할 다리힘이 부족한데다 기술의연결동작이 부족한 때문.
그는 특히 지난해부터 올상반기까지 민속모래판을 휩쓴 金正泌(20.조흥금고)에게 유난히 약한면을 보여왔다.이는 김정필(1백55㎏)이 비슷한 체구이기는 하나 수비력이 뛰어나고 박광덕과 달리 유달리 하체가 발달해 무게중심이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광덕 1차목표를「타도 김정필」에 두고 우선 하체힘 보강과 기술의 연결력을 극대화하는데 전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거구를 이끌고도 올여름엔 해발 7백m의 금산(경남 남해)과 지리산을 매일 오르내리며 하체강화에 정성을 쏟은 결과 올시즌초 1백66㎏까지 나가던 중량이 지금은 1백52㎏으로 줄어들었다. 이번에 천하장사전에 임하는 그의 전략은 이같은 체력보강을 바탕으로 단기승부를 펼치는 것.
현재 田감독사퇴이후 감독대행을 맡고있는 車敬萬코치는『광덕이가승부처로 삼는것은 밀어치기등 변칙공격을 응용한 초반승부』라며『이를 위해 연결동작 연마와 샅바잡기에 신경을 쓰도록 하고있다』고 털어놨다.
〈申東在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