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서울공화국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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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경제력의 서울집중 추세는 이제 좀 바뀌어야 하는데도 좀처럼 가시적인 성과가 안 나타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역대 정권마다 이 문제와 씨름한다고는 했으나 집중완화는 커녕 어떤 면에서 집중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92 도시비교통계」도 경제력의 서울집중 추세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은 국내총생산의 24.6%를 점하고 있고 은행예금과 대출의 51∼52%를 차지하고 있다 또 1천1백만명의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 광업 및 제조업체수가 전국의 23.6%가 몰려 있고 이에따라 법인세 부담비율은 무려 71.9%나 된다.
그런가 하면 전국 의료기관의 34.9%가 서울에 몰려 있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역시 서울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복지·교육서비스조차 서울에 살아야만 대접받을 수 있다면 서울인구의 지방분산이나 지방인구의 서울전입억제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력의 서울집중 현상은 안보차원에서도 문제가 크다. 한 나라의 부와 경제활동이 서울에 몰림으로써 일어나는 부정적 효과는 크다. 교통난·주택난·환경오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시대가 안고 있는 골칫덩이의 하나인 서울집중 현상은 정부가 진지한 노력만 기울이면 해결의 실마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가령 주거생활의 만족도만이라도 대도시와 읍·면주민이 똑같게 느끼도록 지방의 주택건설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91년 소비자보호원 조사에 따르면 읍·면주민의 주거생활 불만족도는 40.3%로 6대도시 보다 약간 높았다. 지방의 아파트 공사가 상당부분 부실로 흐르는 현상을 극력 시정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수도권 공장 이전문제는 해결책이 꽉 막힌 것처럼 보이나 지방에 미니공단을 조성,이전할 길을 터주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아파트형 공장은 벌써 수년전부터 가능성만 잴 뿐 본격적인 건설이 미루어지고 있다.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경제력 분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근본적인 처방은 역시 중앙정부의 행정권한을 대폭 지방으로 이양하는데서 찾아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시동됐으나 아직은 대표선출 기능만 강조될 뿐 구체적으로 지방단위의 행정권한의 강화가 이루어진게 별로 없다.
모든 일이 서울에서 이루어져야 하고,또 그래야만 효율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정부 스스로가 벗어나지 못하는 서울집중 억제나 국토의 균형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행정권한의 과감한 지방이양과 대형 사업체의 지방건설,그리고 교통·통신·교육 등 편의서비스의 균형 확충이 함께 이루어지면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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