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 세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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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캐나다 캘거리에서 한 달간 훈련하다 6일 일시 귀국한 스피드 스케이팅 500m 세계기록(34초25) 보유자 이강석(22.의정부시청)은 무더운 한국 날씨가 견디기 힘든 표정이었다. 10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그는 연신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서울에서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훈련이 되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태릉빙상장은 여름에 얼음을 모두 녹이고 다음 시즌을 위한 정비에 들어간다. 스케이트 대신 운동화를 신고 체력훈련을 하고 있는 그는 다음 달 2일 캘거리로 2차 전훈을 떠난다.

◆부츠=이강석은 스케이트 부츠를 미국 브랜드인 '마케이즈(사진)'로 바꾸는 모험을 했다. 스케이트 선수가 부츠를 바꾸는 것은 전부를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케이즈'는 전 세계의 빙상선수 10명 중 6명이 신는다는 제품. 평소 신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다가 2005년 11월 밀워키 3차 월드컵 때 부츠 제작자인 폴 마케이즈를 만났다. 이때 석고로 발 본을 떴고, 1년 반이 지나서야 완성된 부츠를 건네받았다. 앞으로도 발목.뒤꿈치 부분 등을 수차례 열(熱)성형해야 꼭 맞는 부츠가 완성된다.

이강석은 "2004~2005시즌까지도 세계 24~25위 정도였다. 그런데 2005년 11월 솔트레이크시티 2차 월드컵에서 한국신기록(34초58)을 세운 뒤 세계 2위로 껑충 뛰었다. 이때가 첫 전환점이었다"며 "새 부츠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향한 준비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또 한번의 전환점이 필요하고, 부츠가 그 역할을 할 것 같다"고 했다.

캐나다 전훈에서 그는 매일 일곱 시간씩 빙판을 돌았다. 빙상 선수 대부분은 가을부터 훈련한다. 이강석도 이전에는 그랬다. 이번에 일찍 빙판에 선 것은 부츠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다. 3~4개월의 적응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대회에 설 수 있다. 시즌 개막전은 11월 솔트레이크시티 1차 월드컵이다. 이강석은 "새 부츠가 예전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피곤할 때는 훨씬 가볍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예민한 차이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의 목표는 34초19"=3월 세계 신기록을 세운 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다음 신기록은 언제쯤이냐"다. 34초10대 진입도 시간 문제라는 일각의 예상에 대해 이강석은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스피드 스케이팅 500m는 육상으로 치면 100m다. 34초10대는 육상 100m에서 9초60대와 비슷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육상 100m 세계기록은 9초77로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이 갖고 있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어불성설'인 34초19다. 그는 "내 스케이팅 인생 최대 목표는 500m에서 34초19 한번 타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의 경우 20대 후반~30대 초반이 최전성기다. 이강석은 이제 고작 22살. 그가 '인간의 한계'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이유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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