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중동전운 과연 걷힐까/이스라엘·PLO 곧 상호 승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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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자」는 PLO 자치구로… 「이」는 외교권 행사/외압따른 “악수”… 반발 여전해 평화까진 난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양측이 31일 열리는 중동평화회의에서 상호 승인할 가능성을 밝힘으로써 반세기동안 분쟁에 시달려온 중동지역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획기적 방안수립이 목전에 이르고 있다.
양측이 그동안의 비밀협상을 통해 대충 합의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이른바 「가자·예리코 자치안」은 이스라엘의 점령지인 가자와 예리코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만들고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외교·치안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도저히 접근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양측이 극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걸프전이래 국내외적인 압력으로 인해 강요된 측면이 강하다.
PLO는 걸프전 당시 이라크 편에 선 대가로 아랍 석유부국들로부터의 재정지원이 끊어져 이스라엘 점령지에 남아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통한 통제가 어려워진데다 하마스파가 대이스라엘 봉기(인티파타)를 주도하면서 점령지내 각종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같은 상황에서 PLO로서는 점령지내 일부에서라도 확고한 지도력을 확보해놓지 않을 경우 PLO 자체가 붕괴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됐고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손잡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로서도 미국 등이 원조중단 등을 걸고 평화달성을 강요하는 가운데 시작된 중동평화회의에서 2년을 끄는 동안 그나마의 실질적 대표권을 가진 PLO를 외면하고는 협상의 성과를 달성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양측간의 상호승인은 이 지역 평화달성의 출발점일 뿐이다. 그동안 양측의 비밀회동에서 합의된 내용에는 향후 문제는 5년 이후에 재론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스라엘측은 이 기간에 ▲팔레스타인의 자치능력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중단을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인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PLO는 이에 대비,PLO의 세력이 비교적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가자지구·예리코시를 우선자치지역으로 선정했고 총 14억5천만달러의 자치비용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합의안이 동예루살렘 문제,이스라엘군 철수 문제 등을 그대로 남겨두어 반PLO세력의 투쟁명분이 살아있다.
또 PLO내에서도 아라파트의 직속 파타나이외의 대부분 세력이 『합의한 자체가 아라파트가 팔레스타인을 팔아 먹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PLO가 대이스라엘 테러를 주장하는 다른 팔레스타인 과격파를 과연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스라엘내에서도 리쿠드당 등이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에 반대,내각 불신임 투쟁을 외치는 등 라빈수상의 정치적 입지가 취약해 이 평화안을 끝까지 관철하기까지는 난관이 많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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