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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선진체험” 호기 너도나도(공무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국비출발 10년새 9배급증/대상국도 미국일색서 탈피/“유학하면 불이익”은 옛말
공무원의 해외유학이 늘고있다. 예전에는 해외유학 등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울 경우 「원상복귀」가 불투명하고 유학에 대한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아 가고싶어도 못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뒤돌아보면 격세지감의 일들.
국제화·전문화시대를 맞아 「선진행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한 것들이 행정발전에 보탬이 될뿐 아니라 공무원의 자질향상과 국제전문가 양성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총무처 집계에 따르면 77년 국비유학제도를 시행한 이래 올해 상반기까지 유학중이거나 다녀온 공무원(각부처 자체예산 유학포함)은 모두 5천7백7명. 이를 직급별로 보면 5급이 전체의 45%인 2천5백43명으로 가장 많고 4급이 1천1백69명,3급이상 3백32명,6급이하는 1천3백41명이다. 연도별로는 81년 77명에서 92년에는 6백52명으로 10년동안 9배가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전체의 44%인 2천5백20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 1천2백87명,영국 7백77명,동남아 3백31명,독일 2백21명 등의 순으로 유학대상국도 미국일색에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공무원유학은 총무처에서 해마다 선발하는 ▲국비유학외에도 ▲각부처 자체예산에 의한 유학 ▲IBRD차관(재무부)에 의한 유학 ▲외국정부 협력기금에 의한 유학 ▲무역특계 등 각종 기금에 의한 유학 ▲험프리·풀브라이트·각 대학 장학금 등에 의한 유학이 있다.
그러나 유학을 떠나고자하는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불만은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현재 총무처 국비유학은 부처별로 연간 2명. 인원이 극히 제한돼 있어 고시출신이 많은 경제기획원·재무부 등 경제부처는 몇년씩 유학준비공부를 해야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그외 각종 장학금·기금 등으로 가는 경우도 부처별로 2명이상을 넘기지 못한다.
보사부의 한 서기관은 『과거에는 사무관에서 서기관까지 승진에 걸리는 기간이 4∼5년으로 짧아 해외유학 공백으로 인사에 불이익을 받는 것을 우려해 기피까지 했으나 요즘은 12∼15년이 걸리는 등 공무원사회도 안정화추세가 뚜렷해 해외연수가 재충전할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공무원들에 대한 박대도 이젠 옛말이다. 학위를 받아와서 대학·연구소 등을 기웃거리거나 사표를 내는 경우도 많이 사라졌다.
교육부의 경우 현재 청와대 교육비서실 파견 서기관 3명이 모두 해외유학파로 오히려 핵심적인 자리로 가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87년 대구시교위 근무시절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로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로 취득하고 복귀,91년 본부로 발령받은 교육부 대학재정과 이걸우사무관(38)은 『유학때 지도교수와 인간관계를 잘 맺어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학위를 딸 수 있었다』면서 『미국의 교육자치제·교육재정 분배방식을 지켜보면서 깨우친 견문이 우리 교육제도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유학을 다녀온 것이 경력관리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다. 85년 미국유학을 다녀온 경제기획원의 한 사무관은 『동기들은 이미 서기관으로 다 승진했으나 나는 아직 까마득하다』면서 『유학기간도 반드시 경력에 포함시켜줘야 하고 학위취득자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우대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무처 국외훈련과 김경식과장(42)은 『빠르면 94년부터 현재 부처별 연간 2명에서 4명으로 확대하고 유학공무원에 대한 의복무제도도 현행 6년이내 훈련기간의 3배수로 돼있는 것을 6년범위내 훈련기간과 동일한 기간으로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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