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도로 문리대 29곳 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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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앙일보 8월2일자(일부지방 3일) 22면에 보도된「9개 도로 분리대 20곳 철거」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의 「교통소통 증진을 위한 개선사업계획」을 읽고 이 계획은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교통체증을 해결하려는 근시안적이고 위험천만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소통 증진을 위한 사업은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 내용이 좌회전 차선과 U턴 차선을 신설·증설하기 위해 중앙녹지대를 철거하거나, 보도 폭이 5m이상인 시내의 보도를 최고 3m씩 줄여 우회전도로를 만들고 버스나 택시정류소를 만드는 등 보행자의 안전을 무시한 소통위주의 것이어서는 안된다.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자가용 승용차의 도로점유율은 58%이지만 수송분담률은 14%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러한 자가용승용차는 러시아워 때 1인 탑승용이 무려 75%를 넘고 있다. 해결의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대중교통이 자가용보다 빠르고 편리하다면 누가 자가용 출퇴근을 고집하겠는가. 소통만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결코 소통 문제 자체도 해결하지 못할 뿐더러 다른 문제를 더욱더 심각하게 만드는데 기여할 뿐이다. 새 시대의 교통정책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통체증을 막기 위해 차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도를 넓히고 녹지대를 새로 건설하는 등 쾌적한 보행공간을 만드는데 많은 돈을 투자하는 선진국의 노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미영(교통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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