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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검사 김용원변호사 「브레이크 없는 벤츠」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나는 권력의 심부름꾼이었다”/잇단 내·외압에 좌절감 느낀 경험담실토/형제복지원 사건땐 횡령액 축소압력도
검사출신의 한 소장변호사가 자신의 재조시절 체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검찰조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검찰의 개혁을 촉구하는 내용의 책을 펴냇다.
83년부터 서울지검·부산지검 울산지청·수원지검 등에서 일선 수사검사로 일하다 지난해 2월 개업한 김용원변호사(38·사시19회)가 쓴 이 책의 제목은 『브레이크 없는 벤츠』
검사시절 자신의 별명을 책제목으로 따온 김 변호사는 책의 앞부분에서 5.6공시절 자신이 수사를 맡았던 「부산 동의대 부정입학사건」 「부산지하철 본부장 수뢰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이 당시 권력층 뿐만 아니라 검찰 상부의 압력으로 수사 자체가 왜곡되거나 좌절되었었다고 적고 있다.
87년 부산 형제복지원사건의 경우 때마침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이 터지자 국민여론이 악화될 것을 두려워한 5공 정권은 이를 조속히 무마토록 지시,검찰 상부에서 수사인력 지원은 커녕 형제복지원 박인근원장의 국고지원금 횡령액수도 줄이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 때문에 횡령액수가 총 11억4천여만원으로 밝혀져 박씨에 대해 무기징역 구형이 가능했는데도 『7억원미만으로 하라』는 지시에 따라 6억8천만원으로 공소장을 변경하게 됐으며 그나마 차일피일 미루다 자신이 사직의사를 밝히자 검찰간부들이 공소장 변경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같은 검찰 풍토를 감안할때 6공시절의 「5공비리 특별수사」 「수서사건」 「유서대필사건」 등도 정치권력에 순종해온 우리검찰이 사실상 정치수사를 하는 바람에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주장,문민정부시대를 맞아 특별검사제 등을 도입해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는 과거 청산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 변호사는 12·12사태의 공소시효가 끝나는 94년 12월12일 이전에 이 사건의 주모자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회부 또는 사면 두가지 조치 가운데 한가지라도 반드시 이루어져 우리나라도 중대한 사건이 명쾌하게 매듭지어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김 변호사는 또 아직까지 우리 검찰이 「자백을 증거의 왕」이라고 보는 전근대적인 생각에 젖어 48시간 연행조사·잠안재우기·인격모독 취조 등 사실상 고문이라할 수 있는 수사관행이 남아있다고 지적하고 법원에 대해 이같은 범법적인 관행을 문제삼을 것을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끝으로 『우리 검찰은 그동안 정치권력자가 하명하면 득달같이 그 명령을 수행해내는 「청소부」 「망나니」 역할을 해왔다』고 비판하고 하루 빨리 정권의 하수인 노릇에서 벗어나 국민의 검찰로 거듭 태어날 것을 당부하고 있다.<최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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