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해결” 역할분담 시작/정부의 대북제의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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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부터 하라” 국민여론 반영/북,미와 관계개선 위해 수용가능성 커
정부의 4일 대북대화제의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국제원자력기구(IAEA)·한국의 3자 역할 가운데 한국이 분담한 역할을 시작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달 제2단계 고위급회담에서 IAEA­북한간의 특별사찰문제 해결과 남북대화 재개를 전제로 오는 9월 제3차 고위급 접촉이 가능할 것이라는 합의를 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 회담을 계속하기를 원하면 IAEA와는 특별사찰,한국과는 대화재개에 진전을 이뤄야 하는 부담을 의미한다.
이에따라 IAEA와의 사찰문제 협의는 지난주부터 거론되었고 남북대화도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부담으로 지적되어 온 남북대화에서 북한제의를 기다리지 않고 북한이 앞서 제안하게 된데는 몇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형태든 재개
우선 정부가 지난 6월 북한의 「특사교환뒤 정상회담 개최」제의를 결과적을 거부한 모양이 된데 대한 국내의 비판적 여론이다.
「남북문제의 민족내부 해결」을 강조해온 정부로서는 지난달 13차례에 걸친 남북의 공방이 결렬로 끝난데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것이 새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또 어떤 형태로든 남북대화가 재개되는 것이 긴장완화와 민족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거시적 안목도 작용했다고 볼수 있다.
대화의 수단으로 핵통제 공동위원회가 선택된 것은 미국·IAEA·한국의 역할 분담을 고려할 뿐 아니라 별도의 채널을 만들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오는 9월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 때문에 기존의 핵통제공동위를 가동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각종 현안 가운데 IAEA와 북한간에 해결할 특별사찰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즉,「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1조부터 4조에 규정된 문제를 다루는데는 기존의 핵통제공동위가 가장 적절하다고 정부당국자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측의 제안을 북한이 즉각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특사교환후 정상회담에서 핵문제 해결」을 요구해온 북한이 지난 6월26일 대화거부를 분명히 했고,90년부터 범민족대회가 끼어있는 8월중순까지는 북한 지도부에 강성기류가 지배할 것으로 보여 우리측 제의에 북한이 즉각 신호를 보낼지 의문이다.
○북의 융통성기대
북한이 거부의 자세로 나올 경우 한국정부의 대북정책 결정그룹에 잠복해 있는 대북대화 무용론과 「북측이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핵통제공동위를 제안하기보다 정상회담 제의를 받아들이거나 다른 형태의 제안을 했어야 한다」는 진보적 주장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어 정부의 대북 전략이 흔들리게 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궁극적으로는 우리측의 제의를 어떤 형태로든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오는 9월의 미­북한 3차고위접촉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남북대화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이같은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또 지난 6월26일 북한 정무원 강성산총리의 남북대화 거부 발언이 7월 「전승 40주년 기념」(우리의 휴전기념일)을 앞둔 강성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것이고 이 기간이 지난만큼 북한이 남북대화에 융통성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같은 이유로 또 대화시기를 10일로 제의했지만 사실상 범민족 대회가 끝나는 중순 이후에나 북측의 반응이 나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핵통제공동위를 수용하지 않고 특사의 급을 달리하는 등 다른 형태의 특사교환 등을 수정제의해 올 경우 이를 수용할 입장도 보이고 있다.
○거부땐 안보리로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핵통제공동위 개최를 수용할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북한이 핵통제공동위가 아니더라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성의와 실마리를 8월말까지 보여준다면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8월말까지 북측의 성의있는 자세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북한 핵문제의 유엔안보리 상정→제재로 이어지는 수순을 불가피하게 밟아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8월은 북한 핵문제 해결 뿐 아니라 앞으로의 한국·미국·북한관계를 위한 새로운 행보가 시작될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어느 때보다 북측의 태도가 주목되고 있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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