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창 14% 잠겨 수급 큰 차질/미 중서부 홍수피해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10% 감수예상… 대두 한때 30% 폭등/오름세는 한풀 꺾였지만 불안 잠재
미시시피강의 범람을 가져온 미국 중서부지방의 홍수로 국제 곡물시장은 초긴장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옥수수·대두·밀 등의 전체 곡창지역 1억4천만 에이커중 7분의 1에 해당하는 2천만 에이커 정도가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전체 재해규모는 지난해 허리케인 피해보다 적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농산물에 끼친 피해는 이번이 훨씬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뉴욕소재 곡물전문회사 EDN사의 이경화부사장은 『20여년간 경험을 통해 볼때 홍수로 인한 이같은 농작물 피해는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홍수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카고 곡물시장은 이미 급등세를 나타냈다. 대두의 경우 부셸당 가격이 5달러70센트였던 것이 한때 최고 7달러57센트까지 치솟았다. 무려 25%에서 30%의 폭등세를 보였던 것이다.
수해지역이 옥수수·대두·밀을 주로 생산하는 서부 콘벨트의 중심지이므로 이들 곡물의 세계적인 수급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곡물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동안의 불안요인이 이미 시장가격에 반영되었으므로 더 이상의 추가적인 급등현상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의 시카고 시장 곡물가격만 해도 반락세로 돌아섰다.
대홍수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선에서 농산물의 가격 급등세가 꺾이고 있는 것은 서부 콜벨트가 수해로 인해 죽을 쑤는 반면 다행히 동부 콘벨트쪽에서의 작황이 의외로 좋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물론 동부쪽 역시 수확때까지 혹심한 더위 등의 이상기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아래 하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 정도에서 수습이 된다면 주요곡물의 세계시장 수급에는 별 영향을 비치지 않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인 것 같다.
만약 서부쪽의 수해가 좀더 계속된다든지 동부 콘벨트까지도 이상기후에 휘말릴 경우,세계곡물시장은 최상의 시나리오에 빠져들지 모른다. 더구나 곡물시장 주변에서는 최근들어 예기치 못한 이상기후가 하도 자주 생기는 바람에 날씨에 관한한 어느때보다 불안감이 크다.
이번 수해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8월초에나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대두·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경우 당초 예상보다 10%정도 함수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규모가 10%가 줄어들면 수급사정은 훨씬 빡빡하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조그만 불규칙요인이 생겨도 가격폭등에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시카고 곡물시장도 일단 급등세를 멈추고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그동안 매수에 열을 올렸던 「큰 손」들이 매도물량을 늘리는 바람에 당분간은 약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앞서의 지적처럼 급등세가 꺾였다는 것일뿐 기본적으로 공급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언제 어떤 요인에 의해 다시 불씨가 댕겨질지 모른다.
한국의 곡물수입 회사들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회사는 값이 오르기 전에 물량을 확보했는가 하면 다른 회사는 상투를 잡은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대두의 경우 1t당 가격 2백60달러에 매입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한창 오른 3백달러에 사들인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뉴욕=이장규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