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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전철「유러 스타」영-불 해협 시운전 성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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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영-불 해협의 해저터널을 관통할 고속전철「유러 스타」가 마침내 자태를 드러냈다.
입안 된지 만 6년만에 첫 선을 보인 유러스타는 지난달 20일 전장 50km의 해저터널을 통해 파리∼런던간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내년 초 본격적인 상업운행에 들어가게 된다. 한번에 1백20대의 자동차와 8백 명의 승객을 수송하게 될 이 유러 스타는 평균 1백80km로 주행, 런던∼파리를 3시간대에, 런던∼브뤼셀을 3시간10분에 각각 주파하게 된다. 금세기말 런던∼포크스톤의 영국 내 고속 전철 망이 완성되면 런던∼파리의 소요시간은 2시간30분대로 단축되게 된다.
20량으로 구성된 전장 4백m짜리 열차 한대 가격이 1억6천5백만 프랑(한화 약 2백50억 원)에 달하는 유러 스타는 벌써부터 유럽 철도산업의 르네상스를 예고하며 유럽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 2등 칸이 모두 바닥에 양탄자를 깔아 2차 대전전의 초호화 판 열차를 재현한 유러 스타는 내·외부색깔을 정하는데 만도 프랑스와 영국의 의견이 엇갈려 1년이 걸릴 정도로 난산을 거듭했다.

<런던∼파리 3시간>
유러 스타 사업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의 SNCF, 영국의 BR, 벨기에의 SNCB 등 3개국 철도 공사는 영불 해저터널을 시속 3백 개의 초고속으로 질주할 야심적인 사업에 착수키로 했다.
이들 공사는 이듬해 2월 프랑스의 초고속열차 TGV의제작사인 GEC-알스톰사가 주도하는 프랑스·영국·벨기에 등의 다국적 컨소시엄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 89년 12월30개 열차를 정식 발주했다.
그러나 3개국은 기능에서부터 색깔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다른 3개의 설계안을 고집했다. 한 예로 고속전철에 대한노하우가 없는 영국은 프랑스 측이 외부설계를 맡고 자국이 내부설계 맡기를 주장, 프랑스 측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세부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잇따랐다. 프랑스와 영국은 다행히 궤도 폭은 같았다. 그러나 승강장의 높낮이가 서로 달라 프랑스에서는 두개의 발판을 사용하고 영국에서는 하나를 사용하도륵 고안해야 했다.
언어는 더 큰 골칫거리였다. 기관사·관제요원 등 운영요원은 불론 경영층까지도 모두 불어와 영어라는 판이한 두 언어에 능통해야만 했다 양국은 이를 위해 언어훈련원을 설치하고 양국간 교류를 통한 입주교육을 통해 풀어 나가기로 했다.

<"유럽 통합 견인차">
9조6천억 원이 투입된 대역사의 해저터널과 함께 유럽의 명물로 자리잡게 될 유러 스타는 내년부터 1천5백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며 바다로 고립돼 왔던 영국을 대륙으로 포용하게 됐다. 나아가 전 유럽의 통합이라는 유럽인의 꿈을 한 걸음 앞당기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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