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제재땐 북 도발 부를수도/영 이코노미스트지서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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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핵보유추진 확실… 운반미사일도 최근 개방/김부자 궁지 몰리면 언제라도 오판 가능성
북한은 과연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인가,아니면 한반도에 또 다시 전쟁을 불러 일으킬 것인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17일자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한반도의 전쟁위험성을 신중하게 진단했다. 다음은 기사요약.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여러면에서 골치아파진다. 한국과 일본·대만 등 주변 아시아국가들도 핵무장을 당장 추진할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럴 능력이 있는 나라들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사찰을 계속 거부할 경우 당장 미국이 가만히 있질 않는다. 유엔 안보리에서 이미 결의한대로 유엔의 이름으로 제재조치를 발동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에 또다른 전쟁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이 난관을 외교적인 노력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느냐 없느냐는 순전히 북한의 김일성부자에게 달렸다. 이들 부자가 핵무기를 가지려는 이유는 다른것이 아니다. 지원자요 보호자였던 구 소련과 중국이 등을 돌린 마당이 갈수록 흔들리는 자신들의 「왕국」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반면 한국은 미국의 안보우산 속에 안존하고 있다. 병력수는 북한이 남한의 2배라고 하지만 낡은 장비에 기름부족으로 훈련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김일성부자는 이처럼 기울어가는 힘의 균형을 핵무기로 보완하려는 것일는지도 모른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최근 한국을 방문,『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것도 그런 맥락에서의 경고발언이다.
북한의 핵개발 배경을 이밖에도 권력승계를 둘러싼 내부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견해도 있으며,대외협상용으로 활용하려는 책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과연 어떠한 관측이 맞아떨어질지는 몰라도,보다 중요한 문제는 북한의 현재 경제사정이 극도로 어렵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허덕이는 가운데 많은 공장들의 가동률이 30∼50%선에도 못미치는 것이 북한경제의 실상이다.
이것을 타개하기 위해 김일성부자도 최근들어 개방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과는 물론이고 한국과도 경제협력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의 추진에 나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도 순순히 받아들였고,남한과의 상호사찰에도 합의했던 것이다. 그랬던 북한이 왜 다시 태도를 돌변한 것일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서 급속한 개혁에 대한 불안을 들 수 있다. 비록 경제개혁이 꼭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소련의 경우에서 보듯 그것이 김씨 왕국에 정치적 위협을 가할수 있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개방전략을 유보하고 외국의 원조나 경제적 양보를 더 많이 얻어내기 위한 흥정수단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라는 위협을 사용하게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의 의도가 정말 그런 것이라면 그들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NPT체제를 유지해나가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그걸로 해결되는게 아니다.
북한이 현재 얼마나 핵무기 개발에 근접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일본까지를 사정권으로 해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미사일 실험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경제적 원조로 북한의 핵위협을 방지할 수 있다면 일본이나 한국은 비싼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 오히려 북한 경제가 하루아침에 절단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독일 통일에서 빚어지는 문제들을 보고 남북통일 문제에 보다 냉정한 자세로 돌아서고 있다. 2천3백만명의 굶주린 북한주민들이 한꺼번에 남한 땅으로 쏟아져 들어 오는 것을 남한은 원치 않는다.
열본 역시 막강한 「통일한국」이 기자들 대문앞에 자리잡는 것을 원치않는 까닭에 한반도 통일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결국 북한 왕국이 경제적 난관을 해결하는 길은 적절한 개혁과 외국으로부터의 원조와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여태까지 너무 외부와 단절되어 왔다. 지도자들의 그릇된 판단력은 지난번 유엔 안보리결의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심지어 김일성부자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주 괴팍하고 위험스러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운둔의 왕국」은 언제 또 다시 한반도를 무력대결의 장으로 끌어넣을지 모를 일이다.<이코노미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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