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외교실책 만회 전략/미는 왜 이라크 공격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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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고등지서 보인 “무소신”반전 노린듯/후세인의 미의지 시험에 쐐기 분석도
미국의 전격적 대이라크 미사일공격은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국가 테러리즘 위협에 대한 경고이자 휘청거리던 빌 클린턴정권의 지도력 이미지를 일신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이번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빌 클린전정권 출범이후 첫 미단독 군사 위력의 과시가 된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인기가 대내외적으로 형편없이 추락한 가운데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에 의해 대패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으로부터도 국제문제 대응태세를 시험받고 있는 입장이었다.
미 백악관 배경설명에서 밝힌 이라크의 부시 전 대통령 암살음모는 걸프전이래 사담 후세인 이라크정권이 호언해온 개인적 보복살해의 시도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이라크가 군사력으로 맞서기 힘든 미국 지도부에 테러로 대응 하겠다는 뜻이며 부시아닌 클린턴이라면 해볼만한 선택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파사건,지난 24일 쿠르드족 과격파들의 유럽 6개국 테러사건 등 국제사회를 향한 테러리즘의 도전도 클린턴으로서는 어떤 쐐기를 박아야할 입장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유고사태 군사개입문제를 둘러싸고 입장번복을 거듭,군사문제에 유약성을 보임으로써 소말리아 사태 군사개입에서 소말리아 군벌 모아메드 파라 아이디드의 도전을 받게 됐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이같은 상황전개로 클린턴 정권출범 초기부터 계속되어온 미군내부의 반클린턴 반발분위기가 심화됐다.
클린턴은 이와같은 미군 총사령관으로서의 입지가 계속 약화되자 이를 타개하지 않을 경우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군비감축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는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라크 공격은 「윈­홀드­윈」 전략으로 미 세계 군사전략을 바꾸는 과정에서 이를 군부 보수파 설득용으로 보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윈­홀드­윈」 전략은 미 군사력 감축으로 종래처럼 동시에 2개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동시해결은 불가능하지만 순차적으로 개입,모두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클린턴 정권은 이번 공격에 앞서 걸프해에 배치됐던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인도양으로 미리 철수했다. 그리고는 홍해에 배치된 구축함 페터슨호,걸프해에 배치된 순양함 챈설러스빌호가 토머호크 크루즈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첨단 무기만 있으면 상당수준의 군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클린턴의 군사전략적 과시인 셈이다.
군비를 감축할 경우 미국의 세계군사적 역할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윈­홀드­윈」 전략 비판론에 대한 대답이 이번 군사작전이라는 설명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번에 단호한 결단력을 보임으로써 최악의 상태로 휘청거리던 통수권도 상당부분 안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자신의 소속당인 민주당이 상·하 양원 모두에서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는데도 경제개혁안을 우여곡절끝에 지난 25일 단 한표차로 상원의 승인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이번 군사행동뒤 반대파의 선두였던 민주당 소속 샘 넌 미 상원군사위원장과 짐 램스태드 공화당 하원의원이 적극 지지하고 나섰으며 걸프지역 작전사령관 필립 코어디 해군소장도 『토머호크만 있으면 어떤 특정 목표도 치명적으로 파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도 말했다.
따라서 이번 군사공격을 계기로 클린턴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정책추진 과정에서 보였던 수세적 입장에서 상당 정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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