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게 떠도는 정계개편설/김 정무 “새 정치집단” 발언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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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야,개혁 내부갈등속 개연성 부상/사정한파와 맞물려 가­불가 설분분
김덕용 정무1장관은 1일 고위당직자 회의가 끝난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날 아침 자신이 동아시아연구회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정치권 물갈이」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듣고 펄쩍 뛰었다.
그는 『또 언론이 잘못 썼다. 정계개편이 인위적·공작적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원칙적인 얘기를 한 것이다. 혹시 있다 하더라도 15대 공천에서나 있을 수 있다』는 얘기라며 발언의 취지는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한 부인」에 있음을 강조했다.
○본인은 강력부인
그러나 그의 발언은 여러모로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짙게 풍긴게 사실이다. 김 장관은 토론회 답변에서 『의원들이 개혁 대상이라고 하지만 개혁은 자기반성에서 출발하므로 모두 버리고 가는 혁명과 다르다』면서 『그럼에도 새로운 모습이 안보일 때는 새로운 정치집단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인위적·공작적인 방법이 되어서는 안된다. 국회를 해산할 수 없으므로 15대 공천에서 여러가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새로운 정치집단을 생각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김 장관이 현 단계의 정계개편 가능성을 부인했음에도 적지않은 개연성과 개편에 대한 풍설이 끊이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정계개편설은 현재의 정당구조가 결코 어울리기 힘든 이질적인 구성형태라는 당위론에서부터 비롯된다. 특히 여당인 민자당의 민주계와 비민주계간 색깔과 정서 차이가 거론된다.
재산공개 파문이 한창이던때 민주계 의원들은 비민주계 의원들의 적지않은 재산액을 보고 한결같이 『엄청나게 챙겼구나』라고 느꼈다. 반면 민정계 의원들은 문제의원들의 사퇴를 강요하는 민주계를 향해 『거칠고 무식하다』고 속으로 비난했다. 이후 개혁을 위한 각종 움직임에서도 민주계는 비민주계를 『틈만 나면 개혁에 역행하려 한다』고 경계했다. 일부 민주계에서는 개혁이 급진적임을 지적하면서 『사회주의 하려는거냐』는 반응까지 보였다.
당연히 『같이 정치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이심전심으로 나왔다. 개혁의 주도권을 쥐고있는 민주계 의원들중 일부는 『어차피 집권하면 당을 새로 만드는게 일하기 편하다. 같은 당에 있는 민정계 의원보다 민주당 의원들과 더 얘기가 잘된다』며 「개혁신당」의 필요성을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비민주계 의원들이 스스로 신당창당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다만 『민주계에서 신당을 만드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는 사람은 적지않다.
○개혁세 결합구도
민주당 역시 내부적 갈등이 적지않다. 지난번 재산공개의 처리과정에서 비교적 소장층인 개혁정치그룹과 오랜 보수야당 생활에 젖은 의원들과의 사이에 마찰이 드러났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정계개편의 구도는 민주당내 「개혁」이라는 색깔과 민자당내 민주계의 정서가 결합할 가능성이다. 민주계에다 「개혁적」 이랄수 있는 민자당내 비민주계일부,그리고 민주당의 개혁정치세력 등 3세력이 주축을 이루어 새 집권당을 만든다는 것이 대강의 밑그림이다. 이런 가설이 실현되면 ▲영호남문제의 해결 ▲30년이상 권력의 수혜층인 민정·공화계청산 ▲상대적인 진보적 노선의 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게 개편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아직은 정계개편의 구체적인 징조가 전혀 없으며 그 가능성에 회의적인 전망이 더 많다. 다만 대개가 『가능성이 없다』는 전적인 부정보다는 『아직 이르다』또는 『실현되자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고 표현한다.
○구체적 조짐없어
회의론의 근거는 새 정부 입장이 3당통합을 극비리에 추진했던 6공정부 초기처럼 절박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자당은 계파간 알력에도 불구하고 절대다수당이며,지난 국회의 표결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별다른 이탈 움직임이 없어 개혁을 추진하는데 큰 장애를 못느낀다. 게다가 야당은 왜소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개혁이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어 개혁드라이브로 당을 끌고 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따라서 정계개편이라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7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에서 많은 개혁입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불편하더라도 의석숫자가 많은 현재의 민자당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더 설득력이 있다.
회의론자들은 정계개편 얘기는 빠르면 내년봄 예정인 민자당 전당대회전후,늦으면 95년 봄 민주당 전당대회 전후쯤 나올 것으로 점친다.
『신당 창당작업을 언론이 알때는 이미 창당 준비작업이 끝난 시점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할 정도로 정계 개편작업은 극비리에 진행되어야 성사 가능성이 있다. 현시점은 「사정에 대한 두려움」과 개혁의 불가칙성이 밑도끝도 없이 「그림」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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